계속적인 성공은 앞으로도 줄곧 성공만 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한다.

자연히 실패에의 대비는 소홀해진다.

그것이 좌절의 함정이다.

인생이건 조직이건 모두가 위기의 점철인데 이에 대비하지 않고 초기성공
으로 마음이 풀어져 탈을 자초하는 것이다.

IMF관리시대를 맞은 우리가 그 꼴이다.

경제개발시대에 우리는 얼마나 긴장했었나.

대만과의 수출선두다툼에 치열하게 관심을 집중했다.

수출목표에 차질을 빚거나 무역적자가 커지면 청와대에서 난리법석의
대책회의를 했다.

소비를 조장한다고 채비를 다 갖춘 컬러TV방영도 못하게 했다.

지금은 어떤가.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도, 외국의 호화사치품이 우리의 백화점들을
온통 점령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개방화시대의 당연한 결과처럼 여겨온 것이다.

물론 자유무역시대에선 국제적 기준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 기업들이 계속 쓰러져 나가는데도 거기에 철저한
대응책이 없었다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대문을 열어놓고 도둑이 안들어오기를 바라는 꼴과 다름없다.

이래서 꼼짝 못하고 경제위기를 맞았다.

이제 과거지사보다는 위기관리가 중요한 때다.

위기대처에 있어서 "비관적으로 준비하고 낙관적으로 실행하라(Prepare
for the worst)"는 말이 있다.

승부의 세계에선 완전승리(Perfect Game)란 좀처럼 없다.

최선의 결과를 꿈꾸지 말고 차선을 감수할 각오가 필요하다.

또한 최악을 상정한 시나리오를 준비하여 그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해야 한다.

위기계산을 주도면밀하게 하여 일어날 수 있는 각종의 사태를 점검해두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질 수도 있다는 저자세로 신중하고 치밀한 위기관리를 하면 오히려 이기게
된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낙관적으로 준비하여 비관적으로 실행하는 일이다.

깨끗한 패배자(Good Loser)의 자세가 필승전략이다.

패배자의 푸념이나 허세 또는 책임전가는 주위의 경멸뿐 아니라 자신의
혼마저 좀먹게 한다.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언동에서 그런 기미를 보는 것 같아 걱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