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용해야 한다 ]


이형규 < 한양대 교수 >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소액의 자본으로 다수의 기업을 지배할 수
있어 경제력집중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설립 및 전환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지주회사의 폐해가 입증된 사례가 없다.

따라서 국내외의 경제환경변화에 대응한 기업의 구조개편과 효율성제고
신규사업분야에 대한 진출촉진 등을 위해 지주회사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현행법상 지주회사금지의 법리적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순수지주회사의 금지에 관한 공정거래법의 규정은 회사의 규모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예를 들면 1억원의 자산을 가진 A회사가 5천만원 이상을 B회사의 지배를
위하여 출자하는 경우에도 순수지주회사로서 금지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 A회사가 경제력집중을 야기하는 기업집단을 형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둘째 현행 공정거래법상에는 타회사를 지배할 목적으로 자산총액의 50%에
해당하는 주식을 소유한 회사를 지주회사로 규정,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지배를 목적으로 하면서도 타회사의 주식을 50% 미만만 갖고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이른바 사업지주회사는 금지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업지주회사는 자회사를 아무리 많이 소유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으며 실제 상당한 수의 사업지주회사가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력집중을 이유로 순수지주회사를 차별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셋째 지주회사에 의한 기업결합은 기업합병의 경우보다 결합의 강도가
낮은데도 기업 합병은 원칙적으로 허용하면서 지주회사를 일률적으로 금지
하는 것은 불합리한 규제다.

넷째 세계적으로 지주회사제를 획일적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이는 외국기업에 비하여 국내기업의 경쟁조건을 현저히 불리하게 만드는
것이며 경쟁법질서의 국제적 조화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지주회사제를 허용하되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그 제도의 장점을 활용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기업형태의 선택은 원칙적으로 기업의 자유의사에 맡겨야 하며 특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구조조정의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주회사를 허용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