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한파가 대학가에까지 불어닥치고 있다.

기업들의 감원바람에 따른 사상 유래없는 취업난 속에서 "도피성" 대학원
진학이 크게 늘어나는가 하면 등록금 마련이 힘들어 1학기만 마친채 자원
입대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자리가 턱없이 부족해 대학생들의 씀씀이가 줄어들거나 취업에
정신이 팔려 썰렁한 사은회가 연출되는 것은 이미 모든 대학의 공통된 현상
이 돼버렸다.

H대 컴퓨터공학과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졸업후 물좋은 대기업이나
연구소 취업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좀 달라졌다.

12월초 현재 취업률은 졸업대상자 50%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대신 대학원 진학은 크게 늘어났다.

취업이 어려울 바에야 "가방끈"이나 늘려 놓고 보자는 식이다.

이 학과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대학원 진학도 뜻만 있으면 쉽게 가능한
"거저먹기"였지만 올해는 지원자가 몰려 학생들간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한다.

종전에는 취업이 어렵다는 인문사회계열 학과를 중심으로 도피성 대학원
진학이 두드러졌지만 올들어서는 이른바 취업이 잘 된다는 첨단학과에까지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조기 자원입대자가 늘어난 것도 IMF시대 대학가의 한 단면으로 등장했다.

특히 명퇴자가 양산되면서 이들을 부모로 둔 학생들은 어쩔수 없이 입대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D대학 학적과에 근무하는 박시남씨는 "전에는 2학년을 마치고 군에 가는게
보통이었지만 요즘은 1학기만 끝내고도 입대를 위해 휴학계를 제출하는
학생들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말한다.

본격적인 사은회 시즌이 썰렁한 분위기로 바뀐 것도 IMF시대와 무관치 않다.

예년 같으면 호텔이다 나이트클럽이다 해서 화려한 사은회를 즐겼지만
취업난에 허덕이면서 아예 참석을 안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취업이 상대적으로 힘든 지방대의 경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방 I대의 한 졸업예정자는 "8만원이란 회비도 부담이지만 취업도 못한
상태에서 교수님 뵐 면목이 없어 사은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