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에즈라 보겔 교수는 1979년 "넘버 원의 나라 일본
(Japan as No 1)"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세계제일의 경제대국은 일본이며 미국은 경제적으로 쇠락하는 2등국가로
전락했다는 선고와 다름 없었다.

이제까지 미국인들이 막연히 느꼈던 자신들의 처지를 참담한 현실로
받아들이게 만든 하나의 계기였다.

미국인들은 수모를 겪었다.

자동차 가전제품 등 많은 부문에서 미국은 경쟁력을 상실했으며 미국적
생산방식은 시대에 뒤떨어져 더 이상 맥을 출 수 없게 되었다.

일본의 관리들은 미국은 이제 세계최강국의 힘을 잃었다고 비꼬았다.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적자와 형편없는 저축률에 손가락질 하기도 했다.

싱가포르는 미국의 범죄급증을 훈계했다.

5년후인 1984년 에즈라 보겔은 다시 "컴백(Comeback)"이란 책을 내놓았다.

컴백이란 본래의 지위나 번영으로 복귀 또는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시적으로 패퇴한 카우보이가 와신상담끝에 영광을 되찾는 이미지와도
오버랩된다.

보겔 교수는 미국경제가 세계정상으로 재생하기위한 처방전을 쓴 셈이다.

보겔은 일본의 공동체적 다이내미즘에 배울 것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오만한 태도, 조직의 폐쇄성,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은 앞으로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컴백의 방안으로는 전략산업의 방어적 계책과 성장산업의 공격적
전략을 제시했다.

미국은 그동안 기업의 다운사이징, 리스트럭처링 등 고통스런 시련을
겪었다.

수백만명의 실업, 공동체와 가정의 파괴 등도 잇달았다.

예산균형, 복지제도개혁, 범죄전쟁 등 쓰라림도 컸다.

이같은 고통의 결과는 변혁이었다.

고난을 딛고 수많은 성장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돋아났다.

7년째 인플레 없는 성장과 완전에 가까운 고용을 구가하고 있다.

컴백이다.

반면에 폐쇄적 일본경제는 흔들리고 있다.

보겔은 경제재생에는 국민적 컨센서스가 중요하다고 했다.

마침 한국경제신문사와 상공회의소는 경제살리기 1천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고통분담과 경제살리기 실천의지를 우리 마음에 각인하자는 것이다.

한국의 컴백은 그 길 밖에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