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반찬값 1천원을 갖고 아웅다웅하는 슈퍼의 케셔다.

팁으로 2만원이나 주다니 너무 낭비다 싶다.

한장을 도로 김치수 주머니에 넣으면서, "회장님, 2만원은 많아유" 하고
윙크한다.

몇십만원씩 팁을 주어도 눈하나 깜짝 안 하고 고마운 기색 없이 받는 살롱
아가씨들만 보아온 김치수로서는 정말 너무도 순진한 아가씨를 겪으면서
그녀의 뺨에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춰준다.

"한번 더유"

미화는 그의 가벼운 입맞춤에 무엇이 불만인지 동글고 도툼한 입술을
삐죽이 내밀면서 어게인을 연발한다.

김치수는 행복해서 가슴이 터질것 같다.

"너 학교를 어디까지 다녔냐?"

"시골서 중학교 겨우 마치고 밭농사 돕다가 서울로 왔어요.

그러다 시인 아줌마네 슈퍼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제 소원은요, 전문대에서 컴퓨터 배우는 거라요.

전산과를 나오면 취직이 쉽대요.

한달에 백만원 넘는 자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디 학벌이 있어야죠"

그녀는 눈을 아래로 깔고 김치수가 보아온 것중에서 가장 슬픈 얼굴을
한다.

김치수는 자기의 스무살을 얼핏 떠올린다.

그는 미화가 가장 바라는 것은 대학에 가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자기가 그랬던 것처럼 배운다는 것은 이 애에게도 가장 선망하는 사항일
것이다.

"네가 바라는 희망을 하나만 말하라면 무엇이겠어?"

"저는요, 전문대라도 좋아요. 대학에 가고 싶어요"

"그거 어렵지 않지. 야간대학에 갈 수 있게 내가 김비서에게 부탁해볼게.
그리고 그 케셔는 그만 두고 나하고 같이 있자. 그리고 저녁이면 학교에
가고.좋지?"

"예? 그게 무슨 복스러운 말씀이세유. 아이구, 우리 회장님은 나는 새라도
맞혀 떨어뜨릴 임금님이신가 봐. 증말이에유?"

미화는 김치수의 품에 콱 안기며,

"정말 나는 회장님을 사랑해유. 사랑하구 말구유. 이건 하늘이 내리신
천사, 회장님은 저의 수호천사인기라. 제가 보는 만화에요, 회장님 같은
무적의 영웅이 있어요. 그 히어로 제이슨은 나의 왕자님이어유. 그런데
이제는 회장님이 나의 임금님이어라"

그녀는 그를 껴안고 쪽쪽 소리가 나도록 키스를 하고 또 한다.

김치수는 입술이 다 아프다.

신나는 경험이다.

아! 내 청춘의 부활이여!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