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대 재벌을 일으킨 록펠러1세가 성공하게 된 비결중의 하나는
대단한 절약가였다는 점이다.

석유 한방울, 못 한개라도 허실하지 않았다.

회의도 반드시 점심시간을 이용했다.

그는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이처럼 절약을 했다.

록펠러1세의 절약태도는 "굳은 땅에 물이 괸다"는 한국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절약의 도가 지나치게 되면 인색한 것이 되어버린다.

"채근담"에도 "검약은 아름다운 미덕이로되 지나치면 모질고 더러운 인색이
되어 도리어 정도를 상한다"는 말이 있다.

한국에는 예로부터 지독하게 인색한 사람의 행동을 풍자적으로 다룬
자린고비설화가 많다.

"자린고비"라는 말은 어느 지독한 구두쇠 양반이 부모 제사때 쓰는 제문의
종이를 태우지 않고 접어두었다가 두고두고 썼기 때문에 제문속의 아비
고자와 어미 비자가 절었다는 이야기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풍자와 과장이 깃든 설화지만 근검한 생활의 모범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교훈적임은 물론이다.

자린고비설화는 전국 곳곳에 전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청주지방에 전해지는 이야기다.

구두쇠인 어떤 영감이 며느리에게 지키도록 한 간장이 자꾸 줄어드는 것을
이상히 여겨 스스로 지키러 나섰다.

그때 파리가 그것에 앉았다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쫓아가 잡은 뒤 뒷다리에
묻은 간장을 빨아먹었다.

또 세간에 더 널리 알려진 것은 자반고등어 설화다.

구두쇠 영감이 자반고등어 한마리를 사서 천장에 매달아 놓고 식구들에게
밥 한숟가락을 떠먹고는 자반을 한번씩 쳐다보게 했다.

그런데 아들이 어쩌다가 자반을 두번 쳐다보자 "얼마나 물을 켜려고 그러
느냐"고 야단을 쳤다.

조선조 중기의 자린고비로 소문난 조륵의 고향인 충북 음성군이 매년
저축의 날에 근검절약을 실천한 주민들을 뽑아 "자린고비상"을 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동안 풍자의 대상이 되어온 자린고비에게 시상을 하게 될 정도로 엄청난
경제난국에 직면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어떠한 형태의 절약이라도 미덕이 되는 시기를 맞은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