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는 당좌거래 정지자 명단이 신문 반면에 달했다.

6대도시의 부도만도 그렇게 많았다.

부도율이 10월중 0.42%로 평상시의 3배수준을 기록한데 이어 이달에는
전국적으로 1%, 부산등 일부도시에서는 2%대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부도를 낸 사연도 갖가지 일 것이고 그중에는 정말 지탄받아 마땅한
신용파탄자도 꼭 없지만은 않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렇게 무더기 부도가 계속돼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또 이미 부도를 낸 사업자에 대해서도 기회를 주는 것이 경제회생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부도가 나더라도 당좌거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려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볼수있다.

일시적인 자금난, 특히 종금사 업무정지등 예상치못한 갑작스런 일로
부득이 부도를 낸 사업자에게 모든 은행의 당좌거래를 일괄적으로 중단시켜
영업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적어도 오늘의 금융현실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우리는 오늘의 경제상황이 빚어진데는 정부에 못지않게 기업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외국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부채비율등 취약한 재무구조에 대한 책임을
기업자신이 져야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또 이른바 선단식 기업경영, 신뢰성이 높지못한 재무제표등 기업지배구조와
경영관행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특히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피상적이고
관념적인 진단은 상당한 오류를 안고있는 경우가 적지않다는 것도 분명하다.

외국인 1인당 주식투자한도가 50%로 확대되면서 거의 모든 상장기업에
비상이 걸리고있다는 점만 봐도 기업소유구조에 대한 종전까지의 일반적인
인식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알수있다.

지난 9월말 현재 상장기업의 대주주 평균지분율은 건설업 28% 자동차
34% 정유 27% 종합상사등 도매업종 25% 전기기계 33%다.

외국인이 10%이상을 취득하려면 이사회승인을 받아야하도록 했기 때문에
당분간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는 불가능하다는게 관계당국자들의
설명이지만 상장기업관계자들의 얘기는 다르다.

외국인투자한도가 26%인 여건에서도 실제로 외국인의 적대적M&A시도가
없지않았고, 외국인이 다양한 명의로 주식을 사들일 경우 그들이
공동행위자임을 입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지금도 안심할 계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쨌든 대주주지분이 낮으면 낮을수록 좋은 것처럼 여겨온 기업에 대한
보편화된 잣대가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표면상 대주주지분이 10%에도 못미치지만, 결코
적대적M&A대상이 되지않을 뿐 아니라 최고경영자가 그의 창업자가족으로
일관돼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유구조를 포함한 기업의 행태에 대해 이해의 폭이 좀더 넓어져야할
필요가 있다.

기업을 뛰게하는 것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첩경이라고 볼때 더욱
그러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