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은 IMF 자금지원과 관련,협조융자를 하면서 이를 한국에 대해
개방압력을 가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우리의 수입선다변화제도의 조기 폐지를 IMF를 통해 요구,
정부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자동차 전자, 기계류 등 관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 제도는 심각한 무역역조를 겪고 있는 특정국가로부터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제도지만 실제로는 대일 수입규제책이다.

또한 이 제도가 국제관행과 맞지 않는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한-일간
무역불균형의 특수성으로 미루어 볼때 불가피한 고육책이라 할수 있다.

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대일 무역적자는 올상반기까지 1천3백26억달러
에 이르렀다는 것은 이제도의 채택 불가피성을 말해주고 있다.

이 제도가 78년 도입되고 81년에 이 제도를 적용받는 9백24개 품목이
처음으로 지정됐고 그후 계속 해제하기 시작, 현재 1백13개 품목으로
줄여놓은 상태에 있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협정때 99년 일제 자동차를 수입선다변화품목에서
풀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고,2000년까지 이 제도자체를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번 IMF차관협약 양해각서에 수입선다변화제도 폐지를 다시
들고나와, 우리의 발목을 완전히 묶어놓고 제도폐지를 99년으로 앞당기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통산성은 한-일 국교정상화이후 쌓여온 무역적자 때문에 그동안
이 제도에 대한 언급을 삼가해오다가 지난해 우리의 OECD가입 전제조건으로
제도폐지를 주장했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무역대표부(USTR)의 국별무역장벽보고서를 통해
이 제도가 일본산 부품을 사용한 미국자동차 등의 한국내 판매를 저해하고
있다면서 시정을 요구했고 국제적인 다자간 무역협상때마다 제도자체의
부당성을 지적받아왔다.

이 제도 폐지는 예정되어 있었지만 이제 완전히 기정사실로 굳어졌고
관련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달리 대안은 없다.

국내 기업이 기술개발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미국 유럽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하는등 일본제품에 맞설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경쟁력을 높이는
길 이외에 다른 길은 없다는게 우리의 고민이자 엄연한 현실이다.

자동차 가전제품 등 일본제품이 밀려올 것은 분명하지만 제품의 경쟁력
강화노력과 함께 소비자들의 무분별한 일본제품 선호심리에도 제동이
가해져야 한다.

자동차 전자 기계류 등 관련 산업이 겪게 될 곤경을 몰라서가 아니라 이제
우리는 막다른 벼랑끝에 서있고 더 물러설 여유가 없다.

세계시장에 내다팔고 있는 상품이라면 일본 상품과 당당하게 경쟁할수
밖에 없고 그런 날을 앞당겨야 한다.

경쟁은 피할수 없으나 일본이 우리에게 자행하고 있는 교묘한 수법에는
강력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일본이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제품의 경우 우리와의 기술협력을
거부하고 고가정책을 쓰는가 하면 우리가 기술을 개발해서 국산화하면
엄청난 덤핑으로 우리의 처지를 어렵게 해서 국산화를 방해하는 작태를
보고만 있을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