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6년째인 주부 안희진(34.서울 면목동)씨는 요즘 재활용센터에서
구입한 5만원짜리 전자동 세탁기만 보면 기분이 흐뭇해진다.

얼마전 안씨는 혼수로 마련한 세탁기가 아주 고장나 더 이상 수리해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알뜰주부 안씨는 TV광고에 한창 나오는 신형모델을 구입할까 하다가 구청
재활용센터를 이용하기로 했다.

불황이라고 우울한 소식만 들리는데다 어제 남편으로부터 내년 봉급이
동결됐다는 이야기도 들은 참이었다.

안씨는 재활용세탁기를 사놓고도 싼게 비지떡이 아닐까 걱정했다.

집에 와 사용하고난 뒤 이런 걱정이 싹 가셨다.

갖가지 성능에 전혀 문제가 없는데다 외관도 얼룩자국이 조금 있을 뿐
닦아 놓으니 재활용품이란 느낌은 전혀 주지 않았다.

재활용센터 판매원의 말로는 어떤 집에서 큰 용량으로 바꾸기 위해 돈을
안받고 내놓은 물건이라는 것이다.

이참에 안씨는 컴퓨터를 사달라고 조르는 남편에게 낮에 보아 두었던
20만원짜리 재활용품을 사줄까 생각중이다.

재활용센터뿐 아니라 백화점이나 전문상가에는 이런 알뜰 상품을 사고자
하는 주부들이 몰리고 있다.

오히려 불황이기 때문에 더 잘 팔리는 제품들이다.

또 각 구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재활용센터나 YMCA 녹색가게를 이용하면
깜짝 놀랄 만큼 싼 값에 좋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생활용품의 경우 각종 리필제품을 이용하면 단 한푼이라도 절약하고
쓰레기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있다.

이밖에 PB제품, 각종 가정용 제조기구들은 같은 품질의 제품을 상당히 적은
비용으로 마련할 수 있는 알뜰상품들이다.

<> 재활용센터 =사단법인 "가전 가구재활용협의회"가 전국의 시 군 구로
부터 재활용업무를 위탁받아 설치 운영하는 중고및 재활용품 전문매장으로
전국에 91개소가 영업중이다.

취급하는 품목은 장롱 소파 등 가구, 세탁기 TV 컴퓨터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물론 책 의류 사무기기 수족관 등 다양하다.

의류 가구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재활용품만 아니라 중소업체의 재고상품
을 싼 값에 판매하기도 한다.

재활용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파격적인 저가.

새 제품에 비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중고점보다 절반정도 싸다.

예를 들어 컬러TV는 4만~5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여성용 의류의 경우 대부분 1천원짜리 한장이면 살 수 있다.

낡거나 고장나 버리는 것보다는 몸에 맞지 않거나 새 것을 구입하기 위해
내놓은 제품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중고품이라도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있는 것도 재활용센터의 큰 이점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명절을 제외한 연중무휴개업이다.

<> PB(Private Brand 자체상표)제품 =할인점 백화점등 유통업체가 자기의
고유브랜드를 붙여 파는 상품이다.

유통업체가 직접 팔다보니 광고비등 판촉에 들어가는 비용이 하나도 없다.

또 공급하는 제조업체의 마진도 아주 적다.

중국 베트남등지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생산, PB를 붙인 경우도
있다.

PB제품은 대체로 같은 품질에 비해 30%이상 저렴하다.

할인점이나 백화점에서 가끔 "양복 한벌 1만원"이 등장, 소비자들을 놀라게
하는 것도 과감한 중간경비를 줄인 PB제품들이다.

그렇다고 PB상품의 품질이 불량품이거나 조잡한 경우는 거의 없다.

유통업체의 자존심을 건 자기브랜드를 달고 나가는 제품인 만큼 철저한
품질검사를 거치기 때문이다.

<> 리필(Refill)제품 =용기에 내용물을 다시 채워 사용하는 제품으로
세제 화장품등 생활용품이 대부분이다.

용기가 없는 만큼 가격이 싸고 용기 쓰레기도 배출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보호원이 지난 6월 시중에 판매되는 15종의 리필제품을 조사한 결과
전체적으로 원제품에 비해 20% 싼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제품은 원제품가격과 별차이가 없거나 구색도 다양하지 못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산 사례도 있었다.

원제품을 살 때부터 미리 딸린 리필제품이 있는지 가격은 얼만지 알아보고
고르는 것도 알뜰쇼핑의 지혜다.

<> 가정용 제조기 =재봉틀 제빵기 요구르트제조기 가정용 콩나물시루 등
직접 집에서 만들어 입거나 먹는 제조기들도 불황기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들 상품의 특징은 한번 사면 거의 영구적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주부의 손길이 닿아 정성어린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재봉틀의 경우 30만~40만원대면 가정에서 사용하기 충분하다.

요즘 나오는 재봉틀은 작동이 쉽고 홈패션정보가 충분해 커튼 테이블보
앞치마 아기용옷을 어렵지않게 만들 수 있다.

을지로4가의 소위 미싱골목에 가면 백화점보다 20%정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요구르트제조기는 5만원정도.

우유 5팩과 조그만 요구르트 1병을 넣고 12시간을 기다리면 전부가
요구르트로 변한다.

입맛에 맞게 과일 설탕 주스 등을 섞어 먹으면 좋다.

요구르트 한병으로 우유만 계속 넣으면 끝없이 반복해 요구르트를 만들 수
있다.

20만원 안팎의 제빵기로는 평생 집에서 식빵을 만들어 먹을 수있다.

메뉴버튼만 누르면 반죽 발효 성형 굽기 보온등을 자동으로 해준다.

어린애가 많은 집에 적합하다.

여름철의 경우 팥빙수 아이스크림제조기도 권할만하다.

노인이 계시거나 가족이 많으면 콩나물을 길러 먹을 수 있는 간편시루가
좋다.

2만~3만원짜리 간편시루 하나면 전가족이 반영구적으로 무공해 콩나물을
먹을 수 있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