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성 <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었고 경제규모가 세계 11위란 위상이 갑자기
국가 외환부도 위기에 몰려 국제 긴급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형편으로
전락했다.

어떠한 진단과 처방이든 결론은 한가지로 내려지고 있다.

즉 외화절약을 위한 범국민운동이 필요한 때이고 이를 위해 물자절약과
에너지절약의 생활화를 전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수입품이다.

지난 한해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 총액은 2백41억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
하면 20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에너지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 기록은 다양하다.

전체 사용량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해외의존도는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석유소비증가율도 세계 1위이다.

에너지소비량은 세계 11위인데 소비증가율은 세계 5위이며 특히 석유소비는
세계 6위, 석유수입은 세계 4위이다.

지난 85년부터 10년간 에너지소비증가율은 10.3%로 이 기간중 GDP(국내
총생산) 성장률 8.9%를 웃돌고 있다.

통상 건전한 에너지소비증가율을 경제성장률의 2분의1 수준으로 볼 때
이토록 에너지를 낭비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과소비는 경쟁력 약화의
핵심적 요인중 하나다.

지금 일본 교토에서는 국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 현상을 막기위한 이산화탄소 감축에 대해 논의
하고 있다.

온실가스 방출을 줄이려면 당장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선진국 주장대로 온실가스 방출량 또는 에너지 소비량을 90년 수준으로
줄일 경우 에너지를 지금의 절반만 소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경제성장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당장 철강 석유화학 조선공업 등 에너지 사용이 많은 분야는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줄기차게 늘어나는 소비를 한순간 줄이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대체에너지나 에너지 절약기술 또한 개발되어야 하겠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절약이다.

에너지 소비 절감은 당장 절약한 만큼의 이익을 되돌려주고, 절감한
에너지량만큼 환경오염도 줄여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예나 지금이나 가장 유용하고도 적극적인 방안중 하나이다.

에너지절약의 달을 지키고 에너지절약에 공이 큰 유공자들을 포상하는
것은 "에너지절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함이다.

환율 급등과 주가 폭락 등 온통 우울한 소식으로 얼룩진 한가운데서 진정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지금은 모든 국민이 위기의식을 갖고 물자절약과 에너지절약의 생활화를
전개해야 할 때로서 유공자 포상의 의의를 여기서 찾고자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