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경제신문 금융면의 아랫부분은 보라.

"당좌거래 정지"란의 넓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도기업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

당좌거래 정지업체가 이같이 늘어나자 기업들이 서로 어음이나 수표로
거래하길 두려워한다.

지난주 중원 변인호씨의 사기사건은 이런 두려움을 더욱 증폭시켰다.

당좌거래 기피현상은 당좌개설 조건이 너무 손쉬운데도 영향이 크다.

다시말해 부실기업도 당좌거래를 충분히 열 수 있기 때문에 당좌거래를
꺼린다는 얘기다.

어째서 부실기업도 당좌를 개설할 수 있을까.

일단 여기서 당좌거래를 열수 있는 조건부터 알아보자.

당좌를 개설할 수 있는 첫째 조건은 법인이거나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개인이면 된다.

둘째론 개설보증금을 들어야 한다.

개설보증금 액수는 지역및 은행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보통 서울과 광역시
는 2백만원이며 일반 시지역은 1백50만원,기타지역은 60만원이다.

당좌를 개설하려면 3개월이상 거래실적이 있어야 한다.

3개월이상 예금거래실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평균잔액이 개설보증금의 두배
이상이면 개설이 가능하다.

따라서 서울 부산 인천 광주등지역의 경우 3개월동안 4백만원의 평균잔액을
유지했다면 당좌를 열수 있는 셈이다.

군지역이라면 1백20만원의 평잔을 유지해도 당좌를 틀 수 있다.

이 정도라면 아무리 영세한 사업자라도 당좌를 개설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아무리 부실기업이라해도 이 정도를 유지하긴 쉬울 것이다.

특히 요즘들어선 이같이 당좌개설이 용이한 점을 노려 고의적으로 어음이나
수표를 과다하게 발행한 뒤 도망치는 사례가 빈번하다.

따라서 당좌거래를 시작할 땐 조심해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발행자로서 조심해야 할 사항은 무엇보다 자금운용에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

발행된 어음을 제때 결제하지 못할 경우 당좌거래정지를 당하고 적색거래자
로 등록돼 만사가 끝난다는 점을 명심하자.

따라서 어음과 수표는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말아야 한다.

발행대리인을 두기보다는 항상 자신이 직접 발행하는 것이 좋다.

어음용지와 인감을 함부로 경리직원에게 맡기는 건 금물이다.

최근처럼 부도기업이 속출할 땐 판매대금으로 어음을 받을 때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혹시 융통어음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융통어음이란 진성어음이 아닌 것을 말한다.

이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이 자금융통을 위해 일시적으로 발행한 것이다.

이 어음은 은행에 가져가도 할인받기 어렵다.

때문에 그냥 가지고 있다가 연쇄부도를 당하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융통어음을 가려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어음을 발행한 기업의 매출에 비해 어음금액이 너무 큰 것은 문제가 있는
어음.

또 어음금액이 백만원 또는 천만원단위로 끝자리가 딱 떨어지는 것도
그렇다.

어음발행회사와 수취회사간에 연관성이 없는 경우도 의심이 가는 경우.

어음을 받을 땐 지급을 하는데 특별한 조건을 붙인 것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특히 만기일이 일요일인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발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토요일에 접대골프를 나가거나 출장을 떠난 뒤 월요일에 출근해 보면 이미
1차부도를 당한 뒤가 된다.

이런 실수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잘 아시다시피 일요일엔 은행이 문을 열지 않는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자.

이치구 < 중소기업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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