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산업부는 지난 11월중 무역수지가 2억달러의 흑자를 냈다고 2일
발표했다.

수출증가율은 높지 않지만 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올들어 11월말까지의 누계 수출액은 1천2백41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5.7% 증가했으며, 수입액은 1천3백44억달러로 전년동기보다 1.7%감소해
무역수지적자가 1백3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약 1백40억달러로 예상됐던 연간
무역적자도 1백억달러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더구나 지금의 경제위기는 외환부족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수출회복이
이뤄지고 있다는 징후는 큰 의미를 갖는다.

수출확대를 통한 외화조달이 자력회생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지원 협상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긴박한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리란 보장이 없어 불안한
일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누차 지적한대로 결코 허둥대거나 좌절해서는 이 위기를
능동적으로 극복할수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 날수 있다.

사실 우리 경제의 저력은 어느나라 못지 않게 끈질긴 면을 갖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정부가 주장했듯이 멕시코와 태 국등 동남아 국가들과의
차별성을 되풀이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내세우는 거시경제지표 등의 건실함을 들먹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높은 저축률과 교육열, 그리고 그로 인한 양질의 노동력을 기초자산으로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세계각국의 석학들이나 국제기관들이 한국의 경제기적은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할수 있었던 것도 그런 판단에서 연유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가 국가법정관리상태에 까지 이른 것은 세계 환경변화에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을뿐 아니라 소득수준을 넘는 과소비로 거품이 일었던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경제주체들이 합리와 내핍을 생활화시켜 거품을 걷어내고나면
우리 경제는 보다 강력한 경제로 거듭날수 있다고 믿는다.

지난 11월중의 무역수지가 규모는 작지만 흑자를 보였다는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당장의 경제호전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거품해소의 시작으로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출회복도 올 하반기 이후 구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특히
원화의 급속한 평가절하를 잘만 활용한다면 외환위기의 극복은 예상외로
빨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그러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주체가 무척
고통스런 시련을 참고 견디는 인내가 필요하다.

다급한 상황에서 무조건 항복을 한 것이나 다름없는 협상결과를 놓고
분노할 필요도 없다.

다만 IMF의 협상과정에서 정부가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위기극복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정부는 신속한 처리와 졸속대응을 구분해야 할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서 가는 지혜를 발휘해주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