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협의단이 가장 관심을 갖는 사항중 하나가 우리나라
외채 규모가 얼마냐는 점이다.

이날 IMF 협의단이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에 요구한 질의서에도 우리나라
외채에 대한 질문이 포함되어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채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외환 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임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외채는 지난 3월말 현재 1천1백30억달러에 이른다.

이중 장기외채가 4백61억달러, 단기외채가 6백42억달러이다.

단기외채가 장기외채보다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대외지급 능력이
언제든 위기에 봉착할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정부가 공식통계로 잡는 채무액 외에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소위
장부외부채다.

현재 우리정부의 외채 통계는 거주자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기업과 금융기관의 현지 법인이 빌려쓰고 있는 채무액은 모두 빠져 있다.

장부에 기재되지 않고 있는 해외 현지 채무가 얼마나 될 것인지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만에 하나 현지법인들의 채무가 상환불능에 처하면 지급보증
을 섰던 한국내 본사들에 지급의무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부에 기재되어 있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지급의무가 있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해외현지 부채에 대해 IMF협의단이 질문을 던지는 것은 당연하다.

재정경제원은 현지 채무를 적어도 4백억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원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해외현지 채무에 대해 일절 언급을 회피해
왔지만 IMF 실무협의단이 서울에 와있는 마당에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사실 해외 채무에 대해서는 우리정부보다 IMF가 더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IMF는 각국별로 "채무자 외채"를 통보받는 외에 "채권자 통계"를 통해
국가별 채무를 확인하는 별도의 창구를 확보하고 있다.

우리기업에 돈을 빌려준 외국 은행들을 통해 통계를 뽑는 방법이다.

만일 우리나라 외채가 공식통계 1천1백30억달러에 다시 4백억달러 이상을
더해야 한다면 우리의 대외지급능력은 사실 더욱 취약한 것이 되고 만다.

IMF 관계자들이나 미국의 언론들이 한국의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게는 5백억달러, 많게는 1천억달러가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은 이런 장부외
대외부채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해외 현지채무는 IMF 협상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
을 부를 전망이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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