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백화점들이 프랑스의 세계적인 브랜드로 명성을
얻고 있는 "샤넬"을 자신들의 매장에 입점시키기 위해 온갖 조건을 다
들어주면서 "모시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하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울 뿐이다.

백화점들이 이렇게 저자세로 샤넬을 모시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수수료를 지상목표로 하고 있는 백화점의 입장에서는 샤넬의 엄청난
판매력을 감안할때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투피스 1벌에 4백만원, 원피스 2백만원, 핸드백도 평균
1백70만원대인가 하면 넥타이 하나도 15만원대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런
고가의 수입품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하니 서민으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우리가 조금 잘살게 되자 일부 돈많은 졸부들이나 과시욕이 강한
사람들이 대부분 고객이겠지만 최근 들어서는 선물용 수요가 갈수록
늘어난다고 하니 우리 경제가 어떻게 온전하겠는가.

특히 신세대들까지 고가수입품 구입에 가세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샤넬과 같은 외국 유명브랜드의 횡포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외국브랜드의 횡포는 천민자본에 천민의식으로 들떠 분수를
잃어버린 우리가 자초한 것이다.

특히 외국화장품 수입에 앞장서 열을 올리다 자신의 시장을 내준
화장품업계, 목전의 수수료 몇푼 더 챙기려다 수입품 진열장으로
전락해버린 백화점들, 덧칠에 혼을 빼앗긴 일부 몰지각한 소비자들이 함께
각성해야 할 것이다.

신은영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