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금융상황이 심상치 않아 전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만일 일본이 금융위기를 맞게 될 경우 그 영향은 다른 아시아국가들의
통화위기와는 비교가 안될 충격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를 강타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일본의 자금지원이 절실한 형편인 우리 입장
에서는 일본의 금융불안 원인과 수습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금융불안은 잘 알려진 것처럼 90년대초 거품이 붕괴하면서 부실
채권이 누적된 것이 발단이다.

문제는 벌써 5~6년이 지났건만 금융불안이 수습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도 7위의 산요증권이 도산한 것을 시작으로 10대 도시은행인
홋카이도 다쿠쇼 은행이 쓰러졌고 4대 증권사인 야마이치 증권마저 도산했다.

또한 앞으로도 쓰러질 금융기관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거품붕괴 이후 일본경제의 침체는 동남아 통화위기를 촉발시킨 한 원인이었
으며 동남아 통화위기는 다시 일본의 금융불안을 증폭시키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즉 지난해 이후 일본 엔화의 약세가 동남아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
으며 부실채권 누적에다 주식평가 손실까지 겹친 일본 금융기관들의 무차별
적인 대출회수가 동남아 통화위기를 악화시켰다.

예를 들어 일본 금융기관이 지난 9월 이후 한국에서 회수해간 돈만도
69억달러나 되는 실정이다.

지금도 여전히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고 2천억달러가 넘는 외환
보유고를 갖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채권국인 일본이 금융위기에 빠져드는
상황을 수습하지 못하고 쩔쩔 매는 까닭은 낙후된 금융시스템, 독선적인
관료주의, 고질적인 정경유착 등으로 요약된다.

막대한 장부외 부채를 숨긴 채 쉬쉬해온 일본 금융기관은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일본 금융기관에 부과하는 이른바 "재팬
프리미엄"도 급등했다.

또한 자금지원을 미끼로 부실 금융기관의 제3자 인수를 강력히 추진해온
일본 대장성의 호송선단식 금융정책도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이같은 문제점은 일본을 경제개발의 모델로 삼았던 한국을 비롯한 동남
아시아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불투명한 금융시스템과 부적절한 정책대응
그리고 정경유착의 폐해 등 일본 금융시스템의 복사판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제 일본은 말레이시아에서 열릴 예정인 아세안과 선진 6개국 재무장관
회담에도 참석하지 않고 문제해결에 골몰하고 있다.

또한 미쓰즈카 대장상은 일본 정부의 긴급자금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급히
일본을 방문한 한국의 임창열 부총리에게 직접 지원대신 IMF를 통한 간접
지원을 약속하며 한발 뺄 정도로 상황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우리도 지금 돌아가는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국제 금융시장의
신뢰회복 및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