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는 올해도 실속없는 수출을 했다.

팔기는 많이 팔았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물량으로는 성공적이었지만 채산성은 높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추세는 아시아지역에서 공급과잉현상이 심화될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수출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업체들은 물량에서만이라도 신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수출확대를 위한 묘안을 짜내고 있다.

<> 올 수출실적 =유화업계는 올 연말까지 물량면에서 작년보다 21.2%가
증가한 4백40만t의 수출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주요제품의 국제가격이 하반기 이후 하락세로 돌아섬에 따라
금액면에서는 작년보다 13.9% 늘어난 62억달러어치 수출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품목별로는 TPA(테레프탈산)등 합섬원료의 수출실적이 눈에 띄게 좋은
편이다.

물량으로 1백%, 금액으로도 8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합성수지 쪽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물량으로 30%내외, 금액으로 20%내외의 성장세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수출이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하는
등 기타 부문은 대체로 부진한 편이다.

유화업계는 업종 특성상 국제가격의 등락에 큰 영향을 받는다.

금액비중이 큰 합성수지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올들어 지난 5,6월까지는 각국 업체들의 정기보수가 집중되면서
공급부족현상이 발생, 국제가격이 상당히 좋았다.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는 한 때 t당 1천달러를 넘기도 했고
LDPE(저밀도폴리에틸렌)와 HDPE(고밀도폴리에틸렌)도 9백달러를 웃돌았다.

그러나 하반기 들면서 LDPE와 PVC(폴리염화비닐)를 제외한 대부분
합성수지가격이 t당 1백달러 이상씩 떨어지면서 수출증가세는 눈에 띄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각국의 정기보수가 하나둘씩 끝나고 최대시장인 중국의 수요가 급격히
감소한 것이 원인이었다.

특히 하반기 들어 통화위기에 빠진 태국 등 동남아 업체들이 달러 확보를
위해 덤핑수출에 나서면서 가격약세가 가속됐다.

<> 98년 전망 =국내 업계는 올들어 크게 확대한 생산설비들이 내년에
본격 가동에 들어감에 따라 수출여력이 크게 확대된다.

석유화학공업협회는 이에 따라 98년에는 물량기준으로 올해 추정실적보다
11.6% 정도 늘어난 4백86만t 정도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중국의 수요가 내년에는 다소 살아나고 미국의 경기호황도
계속돼 미국에서 아시아지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소한 올 하반기보다는 나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활발하게 설비투자를 추진해온 중국과 아세안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생산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수출가격의 본격 회복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정된 아시아시장을 놓고 아시아국가들의 수출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출가격은 97년보다 다소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내년도 금액기준
수출은 64억달러로 미미한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다만 최근 집중적인 투자로 막대한 설비능력을 보유하게 된 TPA등
합섬원료의 수출은 물량 금액면에서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여 국내
업계의 수출구조가 합성수지 위주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 업계의 수출확대전략 =범용합성수지를 생산하는 국내 업계로서는 사실
뾰족한 수출확대전략이 있을 수 없다.

후발국과 비교해 특별히 기술이 뛰어난 것도 아니어서 품질수준이 높다고
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그러나 환율급등으로 인해 갖게 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총력을 다해 수출에 나설 것을 다짐하고 있다.

LG화학은 현지밀착형 수출을 강화키로 했다.

해외사업장의 생산물량을 확대해 국내로부터의 원료구입을 늘리기로 했다.

삼성종합화학은 중국과 동남아지역 공략을 강화하는 동시에 역외수출확대에
특히 역점을 두기로 했다.

또 중국시장도 경쟁이 심한 남부 중심에서 탈피, 내륙과 북부지역에 대한
수출을 늘리기로 했다.

현대석유화학은 고정수출선을 확보하기 위해 수출이후의 기술지원(TS)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에서 TS요원을 현지채용, 국내에서 특별교육을 시키는 한편
상해 광주지역에 나가있는 국내 TS요원의 수도 늘리기로 했다.

업체들은 수출확대를 위해 이밖에 <>현지고객초청 세미나 개최 <>현지
가공업체 대상 직거래 확대 <>고부가 제품 수출비중 확대 등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석유화학공업협회 박훈(박훈)상무는 "동남아 지역이 자급자족 체제를
갖추면서 공급과잉이 불가피한데다 이들 지역의 경기가 침체돼 수입수요마저
급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상무는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고부가가치의 특화제품 생산비중을
늘리고 역외수출을 확대하는 등 수출구조조정 작업을 전사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