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한국무역협회 이사>

금년들어 수출회복과 수입둔화로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

10월말 현재 수출은 1천1백22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6% 증가한 반면
수입은 1천2백27억달러로 1% 감소해 무역적자는 전년동기대비 68억달러나
개선되었다.

연말에 수출이 집중되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올해 무역적자는 1백억달러
내외에 그쳐 작년(2백6억달러 적자)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 같다.

이에따라 경상수지도 작년의 2백37억달러 적자에서 1백억달러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수출회복및 무역수지개선추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선박 철강 산업용전자 섬유류 등 주요품목들의 수출이 호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수출증가세에 자만해서는 안된다.

올해 3.4분기중 수출증가율은 두자릿수에 달했지만 사실 이는 전년
같은기간중 수출이 8%나 감소한데 따른 반동영향이 컸고 올해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된 것도 성장 둔화및 투자감소로 수입이 감소한데 기인하고 있다.

즉 수출회복및 무역수지 개선이 우리의 체질강화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무역은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수출의 경우 일부 품목, 즉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외부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 단점을 안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브랜드를 창출하지 못한데다가
아직도 얼굴없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출비중이 총수출의 50%이상을
차지하여 해외 소비자들로부터 우리 제품의 품질에 대한 합당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우리는 고급품은 일본등 선진국에 품질에서 밀리고 저급품은 중국과
아세안에 가격에서 밀리는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는 6%대 성장,국제수지 대폭 개선, 4%대 물가상승 등
거시지표상으로는 양호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연초부터 시작된 대기업의 연쇄부도 여파로 금융기관 부실과
외환위기가 초래되었고 이 결과 우리 경제는 체질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하는
구조조정기에 돌입하게 되었다.

이는 바로 정부는 물론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가 당분간 큰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기를 맞이하여 수출기업들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인가.

첫째 범국가적으로 수출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상수지 흑자화를 위해서는 수출진흥밖에
도리가 없다.

WTO체제가 확립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정책입안자는 물론 기업 국민 할
것 없이 모두들 수출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일부에서는 수출지원을 철폐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무한경쟁시대를 맞이하여 세계 각국은 자국기업들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둘째 우리나라는 물론 기업을 대표할수 있는 수출상품과 세계적인 브랜드를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업종전문화와 기술력제고, 자가브랜드
수출확대를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셋째 세계경영시대를 맞아 기업경영의 공개성 투명성이 요구된다.

최근의 외환위기는 해외투자자들이 우리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믿지 못한
데도 일부 기인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표준에 맞는 회계기준과 재무제표의 투명성 공개성이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고경영진에 의한 중요 경영의사결정에 대한 투명성도 요구된다
하겠다.

기업들만의 노력으로 경영 선진화및 합리화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제도개선등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근로자들의 협조도 필요하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근로자의 합심노력밖에 방법이
없음을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