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품을 걷어내야 우리경제가 다시 살아날수 있다는 말이 정설처럼
되었다.

거품은 영어로는 버블 (bubble)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선 수년전부터 버블이 꺼지면서 불황이 지속되어 그
나라의 모든 국민이 버블이라는 영어단어를 식상할 정도로 잘 알고 있다.

경제를 얘기할 때면 어김없이 버블이란 말이 약방의 감초처럼 끼여든다.

우리에게도 이제 이 말이 생활어가 되었다.

버블이란 말이 영어인 것처럼 이 말이 경제와 연관되어 쓰이기 시작한
유래 또한 영국에서이다.

16세기 스페인은 멕시코와 페루의 금.은광 덕택에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했다.

영국인들은 이를 마냥 동경하고 있었다.

1713년 스페인 왕위계승을 둘러싼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은 영국선박
1척이 멕시코 페루 칠레와 교역할 수 있는 통상권을 얻어냈다.

이때 남양회사 (British South Sea Company)가 설립되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약간의 계약을 맺었을뿐 이익은 거의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이 회사가 큰 성공을 거둘것이라는 환상에 부풀어
있었다.

1970년 2월 하원이 이 회사의 국채청산안을 받아들이자 남양회사의
주가는 하룻만에 세배가 올랐다.

때를 같이하여 남양회사가 스페인과 이런저런 계약을 맺었다는 달콤한
소문이 퍼졌다.

은이 쇠처럼 흔하게 되는 시대가 곧 닥칠 것이라는 루머도 퍼졌다.

주식투자의 열기는 더욱 고조되어 런던 시민들이 모두 투기꾼이 된
양상이었다.

증권거래소 주변은 하도 붐벼 마차가 다닐 수 없어 걸어다녀야만 했다.

주가를 부추기는 소문뿐인 호재들이 계속 퍼져 나갔다.

투기가 열풍처럼 불자 수많은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정상적인 회사들도 있었지만 순전한 사기꾼들이 세운 회사들도 많았다.

이런 회사가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자 이들에게 "거품"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귀족들이 소유한 많은 기업들이 최악의 거품회사들에 속했다.

한몫 챙기고 1주일도 못가 사라지는 거품같은 회사들이 많았던 것이다.

한국경제의 거품현상은 물론 그때와는 구조가 다르다.

그렇지만 실속을 차리지 못하고 겉치레만 부풀린 거품도 역시 거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