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주 <통상산업부장관>

지난 11월 22일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유동성조절자금을 요청하기로
방침을 결정하면서,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와 이로 인한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누적으로 한동안 지속되던 금융.외환시장의 혼란이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95년이후 산업구조조정과 경기하강 국면이
겹치면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대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최근 동남아
금융위기 여파가 우리나라의 외환 및 주식시장에까지 파급되면서 금융불안이
확대된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금융불안은 우리 금융기관들의 대외신인도를 추락시키면서
금융.외환위기를 촉발하였고 결국 실물경제 전반에 대한 부작용을 야기했던
것이다.

IMF의 지원은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향후 예산긴축, 경상적자 축소 등 우리경제에 광범위한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따라 당분간 경기침체, 실업률 상승, 단기적인
물가상승 등의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수출증대를 향후 경제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대외지급능력이 의심받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수출확대를 통해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국가신인도를 제고시키는 것이 우리경제를 재도약시킬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금융시장이 지극히 어려운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수출은 활력을 회복하면서 우리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품목의 호조로 10월말 현재 수출은
1천1백22억달러를 기록하여 전년동기보다 5.7%나 늘어난 수준이며 반면
수입은 1천2백27억달러로 0.6% 감소하는 등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추세는 연말까지 이어져 금년의 무역수지는 전년보다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경제가 지금의 수출회복세를 계속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산업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여야 한다.

지금의 어려움은 우리산업이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여 대내외 여건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던 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루어 지도록
관련제도와 관행을 개혁하는 한편 최근의 수출호조를 안정기조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기업들도 수익성 저하원인을 냉정히 분석하고 구조조정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계사업과 불필요한 부동산을 정리하여 경영을 합리화하고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며 고부가가치의 신상품, 새로운 브랜드 및
디자인을 개발함으로써 수출상품의 품질경쟁력을 배가하여 지금의 원화절하를
수출확대의 기회로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21세기에 진정한 선진국가
경제우등생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업, 근로자, 그리고 정부등 각
경제주체들이 수출한국의 기치아래 다시 뛰어야 할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