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미국사람들은 아는 사람이건 처음보는 사람이건 마주치면 미소를
띠며 "하이"하고 인사를 한다.

기분이 좋다.

상큼한 아침에 아름다운 숙녀에게라도 이 소리를 들으면 더더욱 기분이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삿말로 안녕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안녕하십니까"는 보통 만날 때 인사다.

헤어질 때 "안녕"하기도 한다.

안녕하십니까는 삶속에 걱정과 불안이 없느냐는 안부다.

그런데 97년을 살아가는 대다수 우리 국민들의 생활은 편치 못하다.

통계청이 전국 3만4천가구(만15세이상 8만1천명)를 대상으로 지난 4월
조사해 최근 발표한 사회통계자료를 보면 84.2%가 경제분야의 불안을 첫째로
꼽았다.

다음 불안분야는 환경, 건축 및 건설, 교통, 치안의 순으로 답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국내경제진단이 시작되고 주가폭락, 대량해고, 국가
신용도 하락 등 이곳 저곳에서 계속 안좋은 소식이 전해온다.

지금 조사하면 불안강도가 더욱 셀게 분명하다.

이 와중에 환경분야에서까지 나쁜 소식이 있다.

미국해양기상청(NOAA)이 세계 40개소에서 대기관측을 하고 있다.

이중 하나가 서해안 태안반도에 있다.

이곳 관측소의 이산화탄소(CO2) 농도 측정치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다는
것이다.

중국이 화석연료를 많이 쓰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서울 등 대도시의 공기를 보면 남의 탓만 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과천에 있는 국가비상기획위원회 청사에 들어서면 앞쪽 위편에 국태민안
이라고 쓴 큰 액자가 보인다.

국민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정부의 일이라는 자신감을 전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엊그제 대통령후보등록을 마치고 열린 세후보 합동토론이 화제다.

말싸움(?)에서 흥미를 느꼈다는 얘기도 있다.

불안하고 울적한 심리가 이 싸움을 지켜보면서 다소 해소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차범근축구 박찬호야구보듯 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참에 후보들의 합동토론회에서 국민5대불안 해소를 위한 방책을 짚어
보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다.

"불안이여 안녕"을 위해서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