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미국 출장길에 흥미로운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 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다.

"아이디어랩(Idealab)"이란 이름의 이 회사는 기업이 태어나서 아장아장
걸어다닐 수 있게 될 때까지 모든 발육과정을 도와주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사업가들이
아아디어를 상품화하는 일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기술과 자금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각종 정보시스템이 완비된 사무실을 제공한다.

또한 스태프로 구성된 각 분야 전문가들을 통해 마케팅 홍보 회계 컨설팅
등 기업경영을 위한 제반 업무를 대행해 준다.

이곳에서 제법 규모를 갖춘 기업으로 졸업하는 벤처들은 이 회사에 지분을
나눠주는 형식으로 그동안 보육해준 은혜에 보답한다.

10여년전 미국의 불황이 벤처들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극복될 수 있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 경제에서 모험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현재 미국의 약 7만5천여개 신생 중소기업들은 벤처캐피털과 장외주식시장
(나스닥), 벤처 인큐베이터 등의 발달된 지원제도 속에 생겨나 성장하고
있다.

특히 벤처 인큐베이터는 유망한 젊은 기업을 탄생시키고, 이를 우량기업으
로 키워내는 산파와 보모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도 극심한 경기 불황과는 아랑곳없이 창업의 열기가 뜨겁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 벤처들이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하기엔 넘어야 할 벽이 너무나
많은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이달초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 조치법"을 제정, 공포
하면서 벤처 육성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젊은 기업들이 획기적인 상품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는 사업터전의 조성이다.

바야흐로 소프트웨어 지원센터나 창업보육센터와 같은 벤처 기업을 위한
보육시설의 확충이 절실히 필요한 때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