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의 레이디가구에 대한 허위공개매수사건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현주소
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껍데기뿐인 회사로 무려 2백회이상 시중은행 8개사를 농락하면서 2천3백억
여원의 어음금을 가로챙긴 상장사 대주주.

18억원을 받고 작전에 일조한 증권사 간부.

주식매매대금이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공개매수를 주관한 증권사.

이들의 말만 믿고 매수대금으로 3백32억원을 건넨 기업.

융통어음을 할인받기 위해 사채시장을 찾았다가 3백70억원을 고스란히
날린 대기업.

그리고 무려 7개월동안 진행된 작전을 눈치채지 못한 증권감독원.

만약 작전세력이 주식대금을 마련할 만큼 충분히 사기를 쳤다면 자본금
1천억원대의 상장사 레이디가구는 지금쯤 주인이 바꿔졌을 것이다.

이 작전을 주도한 사채업자가 투자한 돈은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원에게
경영지원금으로 준 20억원뿐이다.

그리고 세계유수의 전자업체가 중원의 경영권을 인수한다는 공시 하나로
단 5일만에 본전을 뽑았다.

그러나 피해업체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당한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검찰에 "읍소"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이미지가 추락하고 자금조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이유였다.

결국 이 사건의 최대피해자는 허술한 증권시장을 믿고 객장을 찾았던
소액투자자 1천여명이다.

결국 이들 개미군단은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된 증시를 떠받친다는 "사명감"
으로 쌈지돈을 털어 부은 셈이 됐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들의 손해가 보상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중원은 부도가 나 한 푼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사 직원중에는 언젠가 ''한탕 크게 하고 증권계를 떠나겠다''고
벼르는 사람이 있다.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주식시장에서 정보의 흐름을 투명하게 해야할 책임이
있는 증권맨들이 이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런 증권시장 풍토라면 제2 제3의 사기극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물론 가장 큰 피해자는 돈과 정보력이 없는 개미군단일 것은 뻔한 일이다.

이심기 < 사회1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