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이 금리폭등 주가폭락 환율상승 등 총체적인 혼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대가로 국제통화기금(IMF)이 강력한 긴축정책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때문에 금융시장이 불안해한 탓이다.

이미 IMF의 긴급자금지원및 부실채권정리라는 큰틀이 짜여진 마당에
이같은 금융불안은 단지 과민반응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와
금융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한다.

무엇보다 먼저 정부가 과감하고 단호한 대응자세를 보임으로써 내일 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해 하는 금융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왕 IMF자금지원을 받기로 했으면 가능한한 충분한 외화자금을
지원받는 것이 좋으며 부실채권의 조기정리를 위해 다른 용도의 재정지출을
줄이더라도 부실채권정리기금에 대한 재정출연을 늘리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의
신뢰회복에도 유리하다.

또한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IMF와의 협상
내용을 신속하게 공개해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를 없애야 한다.

그동안 고도성장을 이끌어왔던 높은 저축률, 근면한 노동력, 왕성한
투자의욕 등 우리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s)은 여전히 튼튼하다.

따라서 서둘러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멕시코처럼 빠른 시일안에 정상회복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둘째로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벌여 하루빨리 자금중개기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최근 자금가수요가 일어나면서 이달초에 12.5%이던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16.05%, 13.8%이던 기업어음(CP)금리가 18.5%까지 뛰어올랐고 중소기업들은
물론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마저 지급보증을 받지 못해 회사채발행이 거의
중단된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돼 대기업이 또 쓰러진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기 쉽다.

특히 자금악화설이 도는 기업으로부터 무차별적으로 자금을 회수하거나
눈치만 보며 자금공급을 기피하는 것은 건실한 기업마저 궁지에 몰아넣는
무책임한 일로서 결국은 금융기관 자신마저 파멸시키는 부메랑효과가 있음을
거듭 명심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거래기업의 신용등급을 냉정하게 평가한뒤 가능성이 있다면
과감하게 지원하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본다.

셋째로 이런 때일수록 기업들은 냉정을 잃지 말고 가능한한 단기부채
의존도를 줄이는등 살아남기 위해 있는 힘을 다 해야하며 근로자들도
임금동결 인원축소 등의 어려움을 참아내야 하겠다.

흔히 국제적인 투기자금을 비난하고 외국언론의 과장보도를 탓하지만
근본원인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고도성장기간에 누적된 문제들을 서둘러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투기자금의 공격을 받은 것이고 사태의 심각성을 빨리 깨닫지 못해서
외국언론의 지적을 받은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일은 털고 일어나 각자 묵묵히 맡은 일에 힘쓰는 것이다.

비록 쉽지는 않겠지만 과거 어려웠을 때처럼 일치단결 한다면 위기극복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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