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성본부와 한국경제신문은 ''21세기 기업의 생존전략''을 주제로
신경영혁신 좌담회를 최근 서울 힐튼호텔에서 개최했다.

21세기 정보통신시대를 대비한 기업경영전략이 주로 토론된 이 좌담회에는
나카무라 타이조 일본 KDD(국제전신전화) 회장, 박유광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정태기 신세기통신 사장이 토론자로 참가했으며 본사 이진원 편집국
부국장이 사회를 맡았다.

토론내용을 요약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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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들이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총체적 금융위기를 맞고 있고, 이는 국제적인 위기로까지
변져 나갈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원인분석과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
대해 먼저 말슴해 주시지요.

<> 나카무라 회장 =일본의 금융위기는 시스템불안이 근저에 깔려 있고
가장 큰 원인은 10년전의 버블경제가 완전 청산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버블붕괴로 7년 가까이 경기가 침체돼 땅값과 주식시세가 하락했지요.

이에따라 금융기관은 부실채권이 늘면서 자기자본을 방어키 위해 대출을
꺼리는 등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결국 전반적인 신뢰관계까지
무너뜨린 것이지요.

또 철강 등 기간산업이 성숙단계에 이르면서 설비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도 위기의 한 요소로 지적됩니다.

일본은 금융을 비롯 통신 유통 등 분야에서 규제가 완화되면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등 글로벌 시대에 맞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일본정부도 금융빅뱅을 통해 편의점에서 조차도 상품을 취급할수
있게 하는 등 변혁을 유도하고 있지요.

모든 기업들이 개방시대에 얼마나 비용을 줄이는가가 생존의 열쇠로
보입니다.

<> 박유광 회장 =일본의 사례를 확대하면 바로 우리의 문제입니다.

다만 차이점은 일본은 과거 엔고 등을 겪으면서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이
있지만 우리는 최근까지 양적인 고도성장을 지속해 왔고 현재 당장 위기에
부딪치고 있다는 점이지요.

우리 문제는 특히 고도성장기에 차입위주 경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에서 출발하고 있어 환골탈태하는 구조개선경영이 요구됩니다.

"선택과 집중"으로 구조조정후 신경영혁신을 도모하고 규제철폐 등을
병행하면서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정보기술(IT)을 도입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자금시장의 신뢰도를 높여 나가야 합니다.

<> 정태기 사장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금융파생상품을 연구분야로
한 계량경제학자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산업자본주의에서 금융자본주의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는 셈이지요.

아시아권의 금융위기는 글로벌시대에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봅니다.

통신분야도 마찬가지로 개방화 세계화가 덜 진전돼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시대의 통신은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간에 "경쟁속에서의 협력"
이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 사회 =정보 인프라 구축정도가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일 만큼 빠른 속도로 정보화가 진척되고 있고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영환경 아래서 기업이 취해야할 대응방안은 무엇일까요.

<> 나카무라 회장 =정보기술을 비즈니스로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특히 중소기업 등도 정보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공동수주 등 시장개척에
나서야 합니다.

정보기술과 관련한 사례로 현재 일본에서는 대형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등이 퇴조하는 대신 POS(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으로 무장한 편의점의
경기가 활성화되는 추세입니다.

편의점은 정보시스템을 통해 전국의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즉시 파악,
대응하는 등 피드백하고 있지요.

자동차제조회사도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단기간에 맞추기 위해 과거 디자인
방식을 버리고 CAD(컴퓨터설계)시스템이나 CALS(생산조달운영 정보시스템)를
적극 도입중입니다.

<> 박회장 =소비자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구매성향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등 기업환경은 과거 공급자위주에서 수요자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한 빠른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데는 IT기술 이외에는 대안이 없고 특히
비활용자는 이제 게임을 할 수가 없는 실정이에요.

그러나 기업정보화는 한번 구축하는데 비용이 수백,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엄청난 돈이 필요한 작업인데다 잘못되면 도입에 따른 손실도 커 비용을
낮추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 일본 기업들이 벌이는 대응방안이 있으면 소개해
주시지요.

<> 나카무라 회장 =일본에서도 이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기업들은 투자하면서 산출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분석이 쉽지
않은 탓이지요.

그러나 투자없이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비용발생을 줄이는 것은 정보시스템의 구축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과거 시스템을 곧바로 정보화에 적용하면 비용이 많이 듭니다.

무엇보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자신에 맞는 투자가 요구됩니다.

<> 정사장 =정보시스 템구축에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최근 기업들이 경제적 이유로 ERP(전사적 자원관리)를 많이 도입하고
있습니다만 이는 기성상품을 사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각 기업들의 문화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요.

CALS도 전망이 밝기는 하지만 세계적 표준이 제정되지 않으면 쓸모가 없는
등 문제가 있습니다.

표준화문제와 관련, 통신서비스시장 환경은 대형화 종합화 세계화되는
추세입니다.

미국 등에서는 과거 쪼개졌던 통신서비스 회사들이 통합하거나 다른 대륙의
회사와 합병하는 등 통합되고 있지요.

그런 측면에서 아시아권 통신회사들은 국제협력이 뒤떨어지고 있습니다.

표준화를 위한 한국과 일본 중국 회사들의 협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 사회 =무한경쟁의 개방시대인 21세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자 한명
만이 살아남을 수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를위해 KDD가 추진중인 세계1위전략은 무엇입니까.

<> 나카무라 회장 =일본 통신산업은 국제전화 KDD,국내전화 NTT로
나뉘어진 독점체제에서 상호진입이 허용되는 경쟁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KDD는 "품질"만으로는 고객을 잡아둘 수없다는 판단을 통해 1백80도 사고를
전환, 고객의 여러가지 요구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세계최고의
기술+알파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요.

<> 사회 =무역에서는 이제 세계의 장벽이 무너진 상황입니다.

과거의 역사로 인해 한-일 양국간에는 서로 알려고 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적 경영과 일본적 경영에 대한 장단점 분석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정사장 =한-일간의 기업경영의 차이는 양국 축구에서도 비교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일본은 최근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기는 하지만 연공서열이나 종신고용
등과 같이 성숙화되고 조직화된 경영이 강점입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아직 거칠고 뒤떨어진 면이 있습니다만 순발력은
높습니다.

우리 회사의 예를 들자면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철야작업을 시켜도 해내는
점에서 증명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우리는 또다시 고도성장을 이룰 수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지금의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나카무라 회장 =일본은 전후 50년이 되면서 제도적 피로, 즉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10년전 일본경영의 장점으로 불린 종신고용 연공서열 등은 기업에 충성심을
키워 안정적 성장을 가능하게 했으나 세계화시대에는 되레 걸림돌이 되고
있지요.

미국은 불경기에도 해고 등을 통한 노동력 수급조정이 가능하지만 일본은
불경기에도 과잉 노동력을 안고 가야 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재계 전반에 걸친 혁신적인 조직개편등 고용시스템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정보화시대를 맞아 자유롭고 창의적인 발상을 방해해온 교육제도
등에 대한 개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 사회 =급격한 세계화진행과 정보통신발전 등 두 축이 기업경영환경을
급속하게 바꾸고 있습니다.

우리기업이 21세기를 대비해 반드시 수행해야할 점에 대해 박회장께서
결론적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 박회장 =기본적 변화를 직시해야 합니다.

오랜 양적성장의 후유증인 "잘 만들면 팔린다"는 공급자위주에서 고객위주
경영으로 전환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특히 기업 내부적으로 스피드시대에 걸맞는 경쟁력 회복을 위한 경영혁신
및 질 위주의 가치경영을 위한 노력과 정보기술의 동시 활용이 필요한 시점
입니다.

< 정리=윤진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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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D 어떤 회사인가 >>>

KDD(국제전신전화)는 1953년 창립된 일본 최대의 국제전화사업자.

3개 국제전화사업자가 경쟁중인 시장에서 발신기준으로 58%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96년 매출액은 3천2백24억원 규모이다.

해외 20개국에 진출, 30개 사업를 벌일 정도로 국제화돼 있다.

수행업무는 국제 전화를 비롯 국제무선전화 국제텔렉스 국제프레임릴리스
등 수십종이며 최근 전용회선서비스 등 국내 전화서비스도 개시했다.

<<< 나카무라 회장은 누구인가 >>>

나카무라 타이조회장은 57년 도쿄대 법대를 졸업하고 우정성에 들어가
92년 6월 행정차관으로 퇴직한 정보통신 전문관료 출신.

그는 94년 6월 KDD부사장으로 영입돼 지난해 6월 회장으로 승진했다.

"득의담연 실의태연"(잘 될때 교만하지 말고 실의에 빠졌을 때 오히려
분발한다)이 그의 경영철학.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