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에 메가톤급 회오리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하루에 움직일 수 있는 환율폭이 기존의 4배나 되는 10%로 확대되면서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환율은 소폭으로 움직인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지 않고서는 시장상황을
수용하기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새로운 시장에의 적응은 단순히 외환딜러들에게 국한되는 과제가 아니다.

개방화 국제화가 진전되면서 기업뿐 아니라 가계에서도 상당규모의 외화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결국 환리스크 헤지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당면한 과제로 다가선 셈이다.

우리의 경우 시장의 힘으로 환율이 움직이기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는다.

본격적인 변동환율제로 볼 수 있는 시장평균환율제는 지난 90년 3월에야
시작됐다.

환율변동폭은 0.4%.

이후 조금씩 변동폭을 넓혀 93년 10월 1.0%, 94년 11월 1.5%를 거쳐 95년
12월에야 2.25%가 됐다.

이번 환율체계 조정은 자유화에 맞먹을 정도로 폭이 넓다.

따라서 시장이 당혹스러움을 보인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이날 첫 거래가 개장 20분이 넘어서 이뤄졌음에도 10분만에 변동제한폭인
1천1백39원까지 치솟은 것은 익숙치 않은 환경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분석
된다.

외환시장의 변화는 당장 환율예측의 불투명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얼마나 더 오를지,적정환율은 어느 수준인지가 관심사다.

이번에 환율체계를 대폭 조정한 배경으로 "환투기 세력과의 한판승부를
위한 정지작업"이 꼽히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외환당국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큰폭으로 급락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국내외에서 거래된 선물환 환율은 이런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의 경우 1주일물이 1천1백45원, 1개월물이 1천1백95원이었지만 2개월물
은 1천1백55원, 3개월물은 1천1백60원이었다.

홍콩 싱가포르의 NDF(역외선물환)시장에서도 매수주문 기준으로 1개월물
1천2백35원, 6개월물 1천3백원, 1년물 1천3백45원을 나타냈다.

해당시점 현물환율에 선물기간 1개월마다 6-7원을 더한 수준이 이론적인
선물환율.

환율이 21일에 상한가까지 오르면 1천2백52원90전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환율상승 억제요인으로 작용할 공산도 있다.

역외 시장과의 선물환 차이를 노리고 재정거래를 한 투기세력들이 불안해
한다는 루머는 이 때문에 나오고 있다.

환율체계 조정에서 비롯된 바람은 기업에도 몰아치고 있다.

실제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환율급등으로 대규모 환차손이 우려되면서 특정
그룹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나타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다른 기업체들도 환율 변동에 전혀 무방비라는 사실
이다.

환율변동폭이 작았던 탓에 환리스크 헤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
이다.

기업체들이 자체 분석을 통해 달러화를 매매하고 환리스크를 헤지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게 딜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외환위기를 피하기 위한 환율 변동폭 확대가 기업들의 환차손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환율 자유화 시대는 시장의 수급동향등을 예측 분석해 환율을 사전에 감지
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외환딜러들뿐 아니라 환리스크 헤지가 필요한 모든 경제주체들이 대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