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4분기중 우리경제는 실질GDP(국내총생산)기준 6.3% 성장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그러나 설비투자가 17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고 교역조건이 지속적
으로 악화되고 있어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격차는 점점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20일 지난 3.4분기중 우리경제는 민간소비와 고정투자 등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중화학공업제품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여 실질성장
률이 6.3%에 달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올들어 지난 9월까지의 실질성장률은 6.1%(1.4분기 5.5%, 2.4분기
6.4%)로 잠재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팽동준 한은조사제2부장은 "물량기준 수출이 호조를 보인데다 제조업의
견실한 성장에 힘입어 기업연쇄부도와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견실한 성장세
를 나타냈다"며 "이같은 성장세는 4.4분기에도 계속돼 연간 성장률은 6.1~
6.2%에 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 3.4분기 성장은 수출호조와 이에 힘입은 제조업생산증가가 주도했다.

상품수출(물량기준)증가율은 31.3%로 지난 83년 4.4분기(32.5%)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제조업생산도 올들어 가장 높은 8.1%증가했다.

특히 3.4분기중 재고증가율은 4.8%로 전분기(13.8%)보다 현저히 낮아져
거품이 어느정도 걷힌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전분기보다 13.0%감소, 제2차 오일쇼크때인 지난 80년
3.4분기(20.3%감소)이후 17년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특히 교역조건은 한은이 집계를 시작한 지난 88년이후 가장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물량기준 수출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채산성과
체감경기가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영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