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강쇠님, 이제 24시간만 고생하세요.

오늘은 일찍 귀가해서 쉬고요.

그리고 하느님께 기도하세요.

그럼 내일 내가 시합장으로 갈테니까 거기서 만나요.

준비는 잘 되어 있지요? 큰 상픔도 준비하고 있어요.

김영신이 주는 특별상금이죠"

"예, 마나님. 나는 행복한 놈이오, 당신 같은 현모양처를 두었으니. 아니
진시황젠가? 당신은 정말 버릴 데가 없는 여자요. 사랑해"

"나두 사랑하고 또 사랑해요"

"내 목숨은 그대의 것이야. 정말 사랑해. 성난 자이언트 고추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낸대. 바이바이"

영신은 전화를 끊고 한동안 밖을 내다보고 서 있다.

정말 지영웅에게 달려가고 싶다.

그리움이 태양처럼 작열한다.

그때 아버지 김치수의 다정한 손이 그녀의 어깨위에 드리워진다.

"무슨 전화가 그렇게 다정하냐?"

그는 진정 젊은 연인들이 부럽다.

가득 찬 재화가 무슨 소용 있는가? 돈을 아무리 많이 갖고 있으면
무얼하는가?

"아빠도 연애를 해요. 엄마에게 안 이를게"

영신이 웃으면서 아버지의 목을 껴안으며 어리광을 떤다.

"나만 연애하니까 미안하잖아요?"

"너 아직도 그 프로하고 연애중이지?"

"네, 그래요. 나는 아버지가 시키는대로 할 거지만 또 그것이 옳다고
확신하지만 나는 음악가보다는 힘센 골퍼가 더 좋아. 아빠, 요새 나는
육체와 정신의 문제가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 나도 안다.

네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안다.

왜 내가 네 사랑을 방하하겠니? 다만 네가 내 말을 거역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너무 신통하고 예뻐서 내 재산을 미리 네 앞으로 다
옮겨주고 싶다.

애비에게 애인까지 사귀라고 생각해주니 정말 고맙다.

그러나 에이즈가 무서워서 그래.바로 그것이 문제란다"

"아빠, 그 문제는 내가 코치해 드릴게.내가 어떤 의사 친구에게 들은
건대 에이즈검사증을 가진 여자를 찾아서 절대 다른 남자와 사귀지 못하게
하는 거야. 계약을 하고 사귀어요.

어차피 아버지 연세에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사랑까지 주지는 않을
터이니 돈으로 모든 것을 사는 거예요.

연애가 뭐 별거예요?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를 물색해 볼게요.

에이즈에 감염 안 된 아가씨를 구해드릴게요. 됐죠?"

그러면서 영신은 살짝 윙크한다.

"너는 정말 별종이다.

너 같이 슬기로운 놈이 어디서 태어났을까? 어이구 내새끼"

그는 진정 사랑이 넘치는 가슴으로 딸을 보듬어 안는다.

언젠가 첫사랑의 아가씨를 껴안았을 때의 그 순정과 그 열정으로 딸을
껴안는다.

그런 때의 영신은 다른 여자 모습이다.

그의 첫사랑 화숙이를 닮았다.

김치수는 딸과 같이 있는게 정말 즐겁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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