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가치 폭락으로 곤욕을 치르게 되자 환율제도를 바꿨던 동남아 국가들은
얼마나 효과를 보았을까.

서울 외환시장의 환율 변동폭이 10%로 확대되면서 이들의 최근 화폐가치
동향이 관심을 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남아 국가들은 환율제도를 바꿨지만 화폐가치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태국의 경우 지난해말 미 달러화에 대한 바트화 환율은 25.61바트.

5월초부터 외환및 금융시장이 출렁거리자 태국정부는 지난 7월 2일 기존
바스켓방식에서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했다.

이에따라 6월말의 달러당 24.7이었던 바트화는 환율제도 변경 당일에는
무려 18%나 폭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19일 현재 환율은 달러당 39.68바트.

환율제도 변경이후 33.2%가량의 평가절하가 이뤄진 셈이다.

필리핀도 외환위기에 빠져들면서 지난 7월 11일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
로 옮겨갔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달러당 26.37페소였던 환율은 새 제도가 시행된 첫날 29.45페소로 뛰어
올랐고 지난 7일 현재 34.8페소를 기록했다.

환율제도 시행이후 7일까지 페소화 절하폭은 무려 24.2%나 된다.

인도네시아는 필리핀과 똑같은 때에 환율제도를 바꿔 하루중 변동폭을
기존의 4%에서 6%로 확대했다.

달러당 2천4백34루피아였던 환율은 변경된 변동폭이 적용된 첫날
2천4백31루피아를 기록, 다른 나라와 달리 안정된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후 9월말 달러당 3천2백69루피아로 뛰었고 19일 현재는
3천4백90루피아를 나타내고 있다.

변동폭 조정이후 루피아화 가치하락폭은 30.2%. 결국 환율제도 변경이후
환율이 안정된 움직임을 보일지 여부는 펀더멘털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병행되고 그로인해 경제지표들이 개선되는 조짐이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금융계의 분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