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쿠르트는 강화자 박성원씨 등 연대음대교수와 성악가를 초청, 지난
7일 오후7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자사 지하강당에서 일반시민과 고객들을
위한 음악회를 개최했다.

1시간반동안 진행된 이 음악회에는 2천만원이 소요됐다.

올해의 경기침체를 감안하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또 음악회를 연다고 당장 매출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여운철 홍보과장은 "소비자들의 문화생활에 기여함으로써 회사의 이미지를
제고, 장기적인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문화마케팅 차원에서 음악회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야쿠르트처럼 문화행사를 열거나 문화사업을 지원하는 문화마케팅이
활발하다.

문화마케팅은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이라는 명분과 기업이미지 제고라는
실리를 추구하는 일석이조의 경영전략이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활동을 총괄하는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 회원사들의
문화예술지원액은 94년 5백99억9천만원에서 95년 9백26억원, 96년에는
1천1백78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은 올상반기에도 4백7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메세나협의회의 김치곤 사무처장은 "1백61개사가 협의회에 등록했으나
실제로 문화마케팅을 하고 있는 기업체수는 3백~4백여개로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화마케팅은 대그룹이 그룹차원에서 개최하는 대형음악회나 박물관 건립
등의 대규모행사와 개별 기업들이 행하는 소규모 예술행사주최및 문화사업
지원활동으로 나뉜다.

그룹차원의 문화마케팅은 그룹전체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불특정 다수의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하나 개별기업의 문화마케팅은 특정고객을 타깃으로
실시되고 있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이 가장 활발하다.

메세나협의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 삼성그룹은 2백23억원을 문화예술
활동에 지원했다.

다음은 대우그룹과 LG그룹으로 각각 1백억원및 22억원을 투입했다.

삼성그룹은 매년 가을 국악대경연을 개최한뒤 수상자들을 이끌고 해외공연
을 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10월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국악대경연
해외공연을 열었다.

올해부터 10년간 2백억원을 들여 문화예술인력을 양성하는 맴피스트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문화인프라구축사업에 적극적인 대우그룹은 지난 상반기에 총 1백억원이
투입된 서울현대미술관을 완공했다.

동아그룹은 공산미술제를 창설, 젊고 우수한 작가를 발굴 지원중이고
금호그룹은 금호현악4중주단을 창단해 무료및 자선연주회를 열고 있다.

쌍용그룹과 극동그룹 미원그룹 신원그룹 등도 음악과 미술분야에 대한
지원을 통해 그룹이미지를 높여 나가고 있다.

개별 기업들은 그룹과는 달리 미래잠재고객과 현재고객 등 자사 소비층을
겨냥한 타깃형 문화마케팅을 전개한다.

개별기업의 문화마케팅은 2~3년전까지만해도 전자 보험 금융 유통업계에
그쳤지만 지금은 의류 식품 제약 등으로까지 확산됐다.

대표적인 기업의 문화마케팅 사례로는 LG칼텍스정유를 손꼽을 수있다.

지난 92년부터 매년 5~6월에 전국 17개도시에서 "푸른 문화예술축제"를
열고 있는 이 회사는 클래식및 팝콘서트는 청.장년을, 아동극과 어린이환경미
술대회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올해 이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15만명, 축제비용은 20억원으로
웬만한 중견기업의 연간 광고비와 맞먹는다.

매일유업은 4억원을 들여 주고객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글짓기대회를 개최
하고 있으며 LG패션은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매달 재즈콘서트를 개최,
일반인과 대학생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종근당은 각종 자선음악회를 협찬하고 있다.

문화마케팅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느냐가 사업성패의
관건인 유통업계에서 특히 많이 전개한다.

이달초 문을 연 삼성플라자 분당점은 백화점내에 대규모 문화공간을 설치
하고 지역주민에게 무료로 전통음악과 춤을 가르치거나 전시회 등을 열고
있다.

그러자 롯데 신세계 현대 등 기존 백화점들도 사내 문화센터의 강좌수를
늘리거나 무료강좌를 증설하는 등 문화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섰다.

심지어 그동안 문화마케팅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던 할인점들도 매장에
문화공간을 마련하고 있을 정도로 유통업체는 요즘 문화마케팅의 최전방에서
뜨거운 열전을 벌이고 있다.

김치곤 사무처장은 "문화예술 지원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기업의 문화마케팅은 이미지제고는 물론 문화예술자체를 투자대상으로 하는
문화사업의 전초단계"라고 말했다.

마케팅전문가들도 "지금은 강한(strong) 기업이 아니라 좋은(good) 기업이
살아남을수 있는 시대"라며 "기업이미지를 좋게 하는 문화마케팅은 갈수록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이정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