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부장 >


현대 사회문화는 소비문화가 주도한다.

따라서 소비 주역이 어느 계층이냐에 따라 문화패턴이 바뀌어진다.

지금 우리 사회 소비의 주역은 단연 젊은 세대이다.

돈은 많고 책임이 적어서 씀씀이가 좋으니 장사꾼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해서 모든 상품은 이 세대를 겨냥해서 만든다.

셔츠 한장에서 음악 영화 소설.

음식업소 분위기까지 이들의 취향에 영합해야 장사가 된다.

그리고 대중매체 역시 광고주의 요청에 따라 이 젊은 세대를 스타로
만들어 상전처럼 잘 모셔야 한다.

최근엔 이들 젊은 CM주역이 20대에서 10대로 내려오고 있는 추세다.

우선 이들은 구매력에서 폭발성을 갖고 있다.

한가지가 떴다 하면 그들의 무서운 집단 최면성으로 인해 온 나라,
아니 온 세계로 메가 히트한다.

불과 며칠 사이 몇백만장의 앨범이 팔려 나간다.

신발이던 볼펜이던 뭐든 하나가 히트했다하면 공전의 대기록을 수립한다.

모든 장사꾼이 호시탐탐 이 세대를 노릴 수밖에 없다.

해서 우리 사회는 온통 젊은이 취향 일색이다.

늙은 세대가 갈곳이 없다.

문화 공간이며 휴식 공간이 없다.

뭘 하나 살래도 백화점 매장은 온통 젊은이용이다.

이런 문화 환경속에 살다보니 나이든 사람도 생활 감각이 젊어질 수밖에
없다.

나도 모르게 물이 드는 것이다.

거기다 현대 사회는 "젊은과 미"가 강조되는 사회다.

시각사회가 되면서 속이야 어떻든 우선 겉보기가 좋아야 한다.

인품이나 지식은 뒷전, 우선 보기에 젊고 아름다워야 대접을 받는 사회다.

이제 백발은 권위와 연륜의 상징이 아니라 쇠락해가는 퇴물의 상징이다.

염색을 하지 않을수 없고 주름살을 없애야 한다.

요즘은 환갑 잔치도 않고 지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저명인사일수록 더욱 그렇다.

오랜 지식과 경험보다 새로운 지식이 압도하는 사회가 되어가기 때문이다.

현대는 정적인 사회에서 역동적인 사회로 되어가고 있다.

생각하는 시대가 아니고 행동과 실천이 따라야 하는 박력과 율동의
시대다.

살아 움직이는 탄력의 시대, 이게 젊음의 상징이다.

이성보다 감성이다.

색감에서도 강열하고 열정적이다.

은은한 중간색보다 강렬한 원색을 선호하게 되는 것도 다운 에이징을
촉발하는 또 하나의 유인이다.

세계는 케네디의 등장으로 시작한 젊은 지도자 열풍이 이윽고 30대총리를
줄줄이 탄생시키고 있다.

최근엔 톡톡 튀는 신세대 감각으로 벤처 기업을 열어 10대 백만장자도
속출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젊은 감성을 요구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CM기수로서, 젊음과 미, 역동적인 강열함만이 아니다.

정계 재계까지 바야흐로 세계는 그린 에이지(Green Age)로 바뀌어 가고
있다.

최근엔 이런 조류의 반발인가,실버 산업이니 그레이 산업도 등장했다.

중년의 향수를 자극하는 리바이벌 붐도 노래 영화등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젊은의 도도한 물결속에 그 파장은 크지 않다.

다운 에이징이 될수만 있으면 좋겠다.

그런 사회가 좋다.

그러기 위해선 힘이 있어야 한다.

단 무리는 금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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