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새 경제팀, 임창렬 부총리, 정해주 통산장관, 김영섭 경제수석의
취임을 축하드린다.

경제팀을 바꾸고 새 부총리가 들어섰다고 해서 지금의 외환위기가 금세
해소되거나 뾰족한 대책이 있을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권의 임기를 1백일도 남기지 않은 이 시점에서 부총리를 바꾸어야
할만큼 우리 경제는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외환위기에 처해 있다.

IMF의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을
만큼 지금은 외환나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있다.

대기업 부도에서 출발된 외환 위기가 대외채무 지급불능이 우려되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기업들은 자신감을 잃어 가고 있다.

우리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국민들은 참담하고 답답하며 기가
막힐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다한 차입에 의해 수익성보다는 외형위주의 사업확장에 주력한
기업들,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임금을 요구한 근로자들, 분수에 맞지
않은 과소비로 흥청망청한 소비자들 모두가 지금의 어려움에 한몫 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어려움에 정부책임이 없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과거의 고도성장 후유증이자 비용이라고 할수 있는 기업의 부도가
잇따르고 이에따른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급속히 증가했다 할 지라도
위기를 잘 관리해 우리경제가 외국 투자가들의 신뢰감을 잃지 않았더라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경제에 대한 신뢰감을 잃자 외국자본이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환율절하 압력이 증폭되자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 투자가들의
연쇄이탈이 악순환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주식시장에서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던
외국투자가들이 예상되는 환차손이라는 악재에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다.

외국인들의 우리경제에 대한 신뢰감 상실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우리
정부도 한 몫을 담당했다는 판단이다.

첫째 우리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다.

기아를 공고기업화하는 등 세계 교류에 역행하거나 일관성없는 대기업
부도사태의 처리, 보이지 않는 금융기관부실채권 정리방안, 취약한 외환
보유고를 갖고 시작한 외환시장에의 개입양태,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의
충돌및 정치권의 당파적 계산을 앞세운 조정능력 포기로 인한 금융개혁입법의
무산을 지켜보면서 외국 투자가들이 우리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어떻게
평가 했을지는 뻔한 노릇이다.

둘째 외국 투자가들의 우리정부의 개혁능력에 대한 회의다.

우리경제가 경쟁력있는 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 산업 기업 차원에서의
구조조정은 물론 과감한 규제철폐, 금융개혁, 노동시장의 유연성확보 등이
빈드시 필요하다.

이는 외국인들도 알고 우리도 아는 사항이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말만 많고 논의만 무성했지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개혁된 것이 없다.

셋째 우리 정부 정책의 투명성 일관성 적시성의 문제다.

외국 투자가나 언론인들 사이에 한국기업이 만드는 재무제표, 한국정부가
내놓는 숫자는 믿을 수 없다는 불신 풍조가 널리 번져 있다.

이는 루머의 확대 재생산을 초래했고 그것이 외국의 유수언론에
보도되면서 한국에의 불신을 키우고 신용공여를 위축시키는데 큰 원인을
제공하였다.

우리의 현상을 우리의 잣대로 재고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시각을 갖고
이해해 달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국제 기준에 맞는 잣대로 재고 이해시키려는 노력, 현실을 솔직히
보여주고 잘못된 것, 미비된 것은 시정방안을 제시하고 실천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임기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신임 부총리의 과제와 책임은 과거 그
어느 부총리보다도 중차대하고 무겁다.

따라서 신임 부총리께 다음과 같은 사항을 바라고 싶다.

금융및 외환시장의 안정에 초점을 맞추되 일관되고 투명한 정책으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외국인들의 신뢰를 회복케 해달라는 것이다.

이른 위해 동원가능한 외자의 점검, 환율제도의 변동폭 확대, 금융개혁
법안 및 구조조정특별법 제정 등으로 개혁 청사진의 제시와 가시적인 실현
기반을 마련하는 등 신뢰도 회복을 위한 모든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IMF의 구제금융이 불가피하다면 그 내용과 우리경제와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소상히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더욱이 신임 부총리는 새로이 선출될 대통령의 경제팀, 경우에 따라서는
IMF와 합동으로 내년도 경제운영의 기본이 될 경제운영계획도 짜야 한다.

앞으로 1백일도 남지 않은 임기동안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 탈출구를
모색해야 할 부총리 이하 새 경제팀에게 최선의 노력을 부탁드린다.

국민 모두가 새 경제팀에 격려와 지원을 해 주어야 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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