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제비가 민가의 안쪽에 집을 지어 사는 것을 말리지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생활에 유해한 많은 해충을 잡아먹고 사는 제비의
생태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제비는 오랜 옛날부터 상서로운 새로 여겨져왔다.

한국에서는 제비가 두 숫자가 겹친 9월9일 (중양절)에 강남으로 갔다가
3월3일(삼짇날)에 되돌아와 집안에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을 좋은 일의
조짐으로 믿었다.

또 제비가 새끼를 많이 치면 풍년이 든다고 생각했는가 하면 "흥부전"
에서의 제비는 은혜를 갚은 영물로 묘사되었다.

중국에는 제비가 오는 음력 2월에 신에게 소를 제물로 바치면서 자손이
번성하기를 빌고 제비가 집에 둥지를 틀면 다자다복과 행운이 온다고 믿는
민간신앙이 있었다.

서양에서는 제비를 행운과 풍요를 가져다 주는 새로 믿는 관습이 있었다.

그리스에서는 집안의 불행을 없애기 위해 잡은 제비에 기름을 발라
날려 보내는 옛 습속이 있었는가 하면 지금도 제비가 풍요를 가져다
준다고 여겨 3월에 아이들이 집들을 돌면서 "제비의 노래"를 부른다.

제비에 대한 그러한 상징성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제비를 식용의 대상으로
삼지 않게 했다.

다만 옛 문헌들에 제비가 약용으로 좋다는 기록이 있을 뿐이다.

중국 남송때의 도사였던 도홍경의 저서에 검은 반점이 있고 소리가 큰
호연(호연)이 약용에 적합하다고 했는가 하면 명나라때의 이시진이 지은
연구서인 "본초강목"에 제비를 먹으면 장수한다고 했다.

요리의 재료로 쓰이는 것은 인도양 연안에 서식하는 제비의 집이다.

이 집은 특수한 해초들로 이루어져 사람의 생명력을 증강시킨다는
것이다.

지금은 중국 요리의 인기 식단이 되어 있다.

최근 독일 조류보호단체가 따뜻한 곳을 찾아 옮겨간 제비를 요릿감으로
대거 포획한 프랑스 식도락가들을 비난하고 나섬으로써 때아닌 "제비요리
독.불전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이색 요리 개발에 광적인 프랑스인다운 호사일까.

보신에 좋다는 동물이라면 마구 잡아 먹는 한국인들의 식성을 떠올리게
하는 식도락이 아닐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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