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위기상황에 처해 있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가신용도 추락으로 외화차입이 끊기고 외환시장이 마비상태에 이른 것은
대외거래의 파국으로까지 비쳐질수 있는 상황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그같은 상황을 감안해 19일 강경식 부총리와 김인호
경제수석을 경질하고 그 후임에 임창열 통산부장관과 김영섭 관세청장을
각각 기용했다.

통산부장관에는 정해주 중소기업청장을 임명했다.

현정부 임기 3개월여를 남겨두고,그것도 취임한지 8개월만에 경제부총리를
바꾼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그러나 금융개혁 입법소동 등으로 오늘의 외환위기를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는 강부총리가 그대로 머물러 있어도 안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다만 임기 3개월이 분명한 과도기적 경제 총수자리에 경제실정에 일단의
공동책임이 있는 통산부장관이 기용된데 대해서는 결코 적절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과도기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좀더 오랜 경험과 경륜을
가진 부총리의 기용이 바람직했지 않느냐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새 부총리에대한 기대도 작지 않다.

어쨌든 위기상황에 몰린 우리경제로보아 새 부총리가 해야할 일은 외환위기
극복과 국내금융시장 안정이라는 급한 불부터 끄는 것이다.

마비상태에 이른 외환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충분한 외화를 확보해야 한다.

국내 금융기관들까지 해외차입이 어려워진 마당에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구제금융요청을 포함해 한국은행의 해외차입
등 외화확보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이러한 긴급조치와 함께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개혁조치들도
미뤄서는 안된다.

금융개혁의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외국에 대한 신뢰회복 차원에서도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정리를 통한 재무구조건전화 등 금융개혁위 등에서
논의된 과제들을 과감히 추진하는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 그동안의 경제위기가 정책의 실기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때문에
새경제팀은 이점에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물론 정부가 모든 일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역금융마저 외면하는 금융기관의 극단적 이기주의나 보신주의가
없어져야 하고 정부는 이를 도와주어야 한다.

새 부총리에게 한가지 덧붙여 당부하고 싶은 것은 과도한 의욕이 오히려
정책운용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 달라는 것이다.

사실 전임 강부총리의 경우 다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21세기과제
국정과제를 다듬는 한가함을 보였고, 금융개혁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닌
금융감독기구통합에 대한 집념이 너무 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거듭강조하건대 새 부총리가 일을 벌이기보다 당면한 외환위기극복과
국내 금융시장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다음 정부가 보다 과감하게
경제를 되살리는 일에 매진하게 할 터전을 닦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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