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 부도위기로 까지 내몰리면서 외국은행들의
등돌리기가 두드러지고 있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일본계 은행들은 국내 시중은행들의 외화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중은행들에 대한 크레딧 라인
(자금공여한도)을 대폭 줄이고 있다.

특히 일본계 은행들은 지난 17일 홋카이도다쿠쇼쿠은행 파산직후 저팬
프리미엄(일본의 컨트리 리스크에 대한 추가가산 금리)이 부활됐다며 한국계
은행들에 대한 대출을 꺼리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저팬 프리미엄은 8분의 3(37.5bp, 0.375%)으로 이에 따라
신규대출이나 만기연장 자금에 이 수준 이상의 가산금리를 부담하게 됐다"
면서 "은행도산 등으로 자신들도 자금 빌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한국에 대한 대출을 극히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계 은행들에 대해 특별감사권을 갖는 독일 은행협회는 최근 자국 은행들
에게 한국에 대한 컨트리 리스크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한국의 금융시장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돼 앞으로
한국에 대한 독일계 은행들의 운용자산 축소가 불가피, 국내 외화자금난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또 프랑스계 은행들도 국제결제은행이 요구하는 자기자본 비율을 맞추기
위해 기일물이 아닌 모든 대출은 12월말까지 상환해 줄 것을 국내 은행들에게
요청했다.

은행권의 한 국제업무 담당자는 "외화자금 사정이 나빠지면 해외부도를
우려한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대출규모를 또다시 축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한국 국책은행들의 CP 만기가 몰려있고 BIS비율을 의식한 자금
회수가 집중되는 올해말이 가장 큰 고비"라고 걱정했다.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