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재계가 꾸준히 요구해온 지주회사 설립을 당분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서울대 김건식교수 등 외부전문가에게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여건상 지주회사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최종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그러나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기업경영감시체제의 보완 등
여건이 바뀌면 지주회사 허용문제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보고서에서 현재 국내 대기업들이 주력기업을 통해 산업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순수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할 경우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순수지주회사란 경영을 지배할 목적으로 타회사 주식의 30% 이상을 보유
하거나 보유 주식의 총액이 회사 총자산의 50%를 넘는 회사를 말한다.

김 교수는 또 순수지주회사 구조에서는 상호출자관계를 이용한 부채조달이
더욱 용이해짐에 따라 비관련 다각화가 심화돼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밖에도 주주권의 간접화 및 다수결의 남용으로 지주회사 및 자회사의
소액주주 권익 침해,분식결산을 통한 재무구조 은폐 등의 문제도 빈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경제력집중이 해소되고 경영감시체제가 확립돼 기업경영
의 투명성이 확보되면 순수지주회사의 설립을 적극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때에도 지배영역의 과도한 확장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또다시 자회사를 거느리는 복층구조의 지주회사는 금지하고 지주회사의
자회사 주식 소유지분을 50% 이상으로 설정하는 등 제한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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