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이 지난 3월 취임이후 최대의 위기에 몰려
있다.

강 부총리가 집념을 갖고 추진해온 금융개혁법률 제 개정안의 핵심이
입법화 문턱을 끝내 넘지 못한데다 김영삼대통령의 심기마져 건드린채
추진했던 금융실명제 대체입법및 자금세탁방지법도 정치권의 외면으로
사실상 백지화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이미 붕괴가 시작된 한국경제에 1천억달러의 구제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도할 정도로 이미 한국은 과거 멕시코나 최근
태국 인도네시아와 동일시되고 있다.

이에따라 강부총리는 19일 금융시장안정대책을 발표한뒤 금융개혁법률안
무산과 경제난 심화에 책임을 지고 곧바로 사표를 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부총리는 이달들어 경제위기 심화에 따른 인책론이 대두되자 재경원
간부들에게 "금융개혁법안마져 통과되지 않으면 사표를 내겠다"고 푸념했고,
지난 17일 국회 3당 원내총무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금유개혁법안이 무산
되면 자리에 머물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측근들은 강부총리가 지나달말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하는 등 자리에 연연
하는 인물이 아니라며 사퇴설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고 있다.

사실 강부총리가 추진했던 주요 정책중 제대로 시행중인 것은 부실채권정리
기구 설치에 불과하다.

금융실명제 보완은 이미 물 건너 갔고 회심의 역작으로 간주했던 부도유예
협약은 용도폐기된지 오래다.

협조융자협약은 아예 탄생조차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아자동차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경제불안 금융불안을
확대재생산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외환시장 역시 너무 일찍 방어선을 설정하면서 실탄만 낭비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최근에는 재경원내부에서도 강부총리를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강부총리에 대한 신임이 땅에 떨어진지 오래됐다.

물론 당장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제원리에 비교적 충실해 왔다는 점,
우리경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는 대목
이다.

또 경제입법안들의 무더기 무산에는 신한국당을 탈당한 김대통령의 지도력
부재에도 원인이 있는 만큼 청와대가 강부총리에게만 책임을 지우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더욱이 사표를 수리한다 해도 국제금융에 정통한 3개월짜리 시한부 경제
부총리를 찾기도 결코 쉽지 않은 만큼 재신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의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승욱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9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