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하루 40여개 기업이 부도를 내는 때는 누구나 몸을 사린다.

거래상대방의 잘못으로 연쇄부도란 벼락을 맞을까봐 걱정이 돼서다.

실제 올들어선 경영부실로 인한 부도보다 거래잘못으로 인한 부도가
훨씬 많아졌다.

이런 땐 거래상대방을 잘고르는 것이 최고의 경영.거래기업이 부실증세를
보이면 일단 거래를 줄이거나 끊어야 한다.

그렇다면 부실증후기업은 어떻게 알아내야 하는가.

물론 부실기업에 대해선 소문이 가장 빠르다.

그러나 요즘 같아선 소문을 듣고 조치를 취하려 하면 이미 때는 늦다.

위험하다는 소문을 듣고 그회사의 어음을 돌리려 은행에 달려가면
은행에서 먼저 알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때부터 그 어음을 할인받으려고 동서남북을 뛰어봤자 시간만 낭비한다.

따라서 발주를 받았을 때 먼저 상대방의 재무제표를 한번 훑어보는게
상책.

아직 재무제표를 읽는데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금융기관이 "부실기업"
으로 평가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두자.

은행에선 다음과 같은 증세를 나타내는 기업에 대해선 한계기업으로
판단한다.

먼저 최근 3년간 매출액이 계속 하향추세인 기업은 눈여겨 본다.

이어 기업체종합평가표에 40점이하로 내려가면 위험신호.

각종 대출금이 연매출의 75%를 넘어서면 빨간불이 켜진다.

부채비율이 같은 업종기업들보다 1백50%이상 상회하면 경고를 내린다.

그러다가 당좌수표책을 과다하게 요구하기 시작하면 은행창구에서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다 "노"라고 말한다.

여기에다 올들어선 경영권다툼이나 관계기업이 부도유예 또는 화의신청을
하면 은행측에서 매섭게 거절한다.

이처럼 은행에서 경계하기 시작한 기업에 대해 새로 거래를 튼다면 참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주변엔 "불경기여서 발주자가 하나도 없는데 그냥 놀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열심히 일하고 그 대가를 하나도 받지 못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더구나 실컷 일해주고 연쇄부도를 당한다면 얼마나 허망하겠는가.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건 해롭지만 상대방을 평가해보지 않고 무턱대고
납품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대규모의 수주를 받았을 땐 일단 사장이 불시에 상대기업을 방문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구매부서나 판매부서의 책임자들에게 판단을 맡겨두되 직접 상대방의
공장을 찾아가보면 금방 상대방의 여건을 짐작할 수 있다.

종업원들의 표정만 봐도 뭔가 짚인다.

공장이 조업을 중단하고 있거나 오래된 제품이 재고로 쌓여있다면 의심을
해볼만하다.

또 현재 거래중인 기업이 외상값을 자꾸 미룰 때도 그냥 앉아서 독촉만
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사업장을 직접 한번 찾아가보자.

"어음결제를 계속 미루기에 거래처를 찾아가봤더니 사장이 벌써 2주일
전에 외국으로 도망 가버렸다"는 얘기를 최근에 수없이 들은 점을 염두에
두자.

물론 사업을 하면 무엇보다 상대방을 신뢰해야 한다.

서로 믿고 거래해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사실.

그렇지만 현장을 보지 않고서 한두번의 거래만으로 상대방을 너무 쉽게
믿어버리면 크게 속게 된다.

지난 몇달동안 결제를 자꾸 미뤄온 거래처가 있다면 지금 당장 그 회사에
전화를 건 뒤 현장에 찾아가보라.

확실하게 믿게 되든지, 그동안 속았든지 둘중의 하나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치구 < 중소기업 전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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