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경영의 창시자 로저 네이글 아이아코카 연구소장의 특별강연회가
한국경제신문과 한국능률협회매니지먼트 공동주최로 18일 하야트호텔에서
열렸다.

네이글 박사는 이날 강연회에서 "스피드 경영은 21세기 기업의 핵심경쟁력"
이라고 소개한뒤 "인맥 중심의 한국적 기업관행은 신뢰와 인간관계를 중시
하는 스피드 경영체질로 옮겨 가는데 유리한 풍토"라고 강조했다.

네이글 박사의 강연내용을 요약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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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경영이란 첫째 신속하고 용이하게 움직일수 있는 힘이다.

둘째 신속히 생각하고 결론을 도출할수 있는 능력이다.

21세기의 기업 환경은 과거와는 판이하다.

첫째 전세계가 말그대로 지구촌이 됐다.

지구상의 누구와도 즉각적으로 정보교류가 가능하다.

어느나라에도 48시간이내 갈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할 기회를 갖게 됐다는 얘기다.

둘째로 고객의 취향을 세분화해 낼수 있을 정도의 정보력을 갖게 됐다.

과거에는 통계 평균치에 기준해 획일적인 제품을 생산했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 개개인의 취향을 입력, 자료화할수 있게 됐다.

셋째 컴퓨터의 등장으로 모든 프로세스가 쉽고 빨라졌다.

이제 세분화된 고객입맛에 맞춰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지구촌 곳곳에
빠르게 제공할수 있게 됐다.

코스트, 질, 서비스면에서 경쟁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소비자들은 다양하고 강력한 니즈를 갖게 된다.

각각의 입맛에 맞는 맞춤식 제품을 비교적 싼값에, 또 빠르게 사고 싶어
하는 것이다.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여기에 대한 해답이 바로 "스피드 경영"에 있다.

첨단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기업들과 연결, 고객취향
에 맞춘 제품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대표적인 스피드
경영의 모습이다.

그러나 다양한 제품을 값싸고 효율적으로 생산하는데는 다양한 기술과
설비,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한 기업이모든 것을 다 갖출수는 없다.

그래서 필요한게 "가상기업"이다.

새로운 유망시장이 나타났을때 그분야에 맞는 기업이나 팀들과 손잡고
새로운 조직을 꾸리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기회가 생기면 적절한 다른 기업을 찾아 흩어진다는 점에서
물리적인 기업이 아니라 "가상기업"이라고 부른다.

이런 가상기업을 만들려면 각 기업에 대한 데이터를 제때 파악할수 있는
국가차원, 또는 전세계 차원의 수퍼하이웨이가 필요하다.

그래야 기회가 나타났을때 신속히 적당한 공급업자, 디자이너, 생산업체
등을 물색할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만이 스피드 경영의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스피드 경영의 핵심요소는 기술이나 공장등이 아니라 사람, 그리고 사람간
의 관계다.

20세기에 기업 최고의 자산은 공장과 설비였다.

21세기에는 최고자산이 직원이다.

진정한 스피드 경영을 위해서는 사람 하나하나부터 생산, 기획의 각
단계별로 모든 분야에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

직원 각자가 기업의 비젼과 방향을 이해하고 여기에 부합되는 결정을
스스로 내릴 능력을 갖춰야 스피드경영은 성공할수 있다.

기업의 문제해결과 혁신은 권한과 능력을 가진(empowered) 팀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문화장벽을 뛰어넘는 일도 중요하다.

과거에 경영층이나 직원들 모두 각자가 생각해 결정을내리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다.

경영층은 권한위임을 꺼려하고 직원들은 권한이 주어지면 어찌할바를
모른다.

사실 스피드 경영은 대인관계에 기초를 둔 개념이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팀워크, 다양성 등 그동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어려움에 닥칠 것이다.

스피드 경영에서는 관계(relationship)가 몹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량생산체제에서는 한 사람이 특정 제품공정을 맡아 주어진 공식대로
따라 하면 됐다.

그러나 스피드 경영에서는 끊임없이 다른사람과 팀워크를 추구해야 한다.

시장상황이 유연해지고 국제화됐으며 더 빨라졌기 때문이다.

이를위해 기업의 모든 직원들이 정보를 공유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원들이 고객니즈와 공장의 생산능력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어야
스피디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신뢰(trust)와 윤리(ethics)도 스피드 경영성공의 주요요소이다.

기업간 협력관계를 맺는데 있어서 코스트나 질, 스피드 등의 중요성은
떨어지고 있다.

이제는 누구를 신뢰하느냐에 따라 협력관계를 맺게 됐다.

누가 자신의 비즈니스를 가장 잘 이해하고 기대에 부응할수 있느냐가 주요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과거에는 물건을 팔때,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의 윤리의식이 중요치
않았다.

일회성 거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거래가 형성되면 신뢰관계가 구축됐느냐,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점은 없느냐 등이 문제로 등장한다.

팀을 이뤄 작업을 할때로 서로의 약속을 지키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따라서 스피드 경영은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한다.

요즘처럼 역동적인 비즈니스 환경에서 협력업체와의 파트너관계는 하나의
시스템처럼 돼 버렸다.

어느 한쪽이 실패하면 그 시스템에 연결된 모든 기업들이 고통을 받는다.

첨단기술로 인해 세계는 하나가 됐다.

기업들은 지구 반대편에 있더라도 질좋은 자원이라면 즉각적으로 동원해
제품을 생산한다.

이렇게 전세계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동원할수 있는 힘이 기업 이익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적인 기업들은 자원을 동원하면서 다양하게 조합해 가치를
창조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을 예로 들어보자.

월스트리트저널이 인터넷상에 띠우는 전자신문은 인쇄물을 그대로 올리는게
아니다.

독자들의 주문에 맞춰 정보를 가공하고 심도깊은 금융정보및 연구서를
제공한다.

이런 정보를 필요할때 즉각 받아볼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객에게 부가가치를
가져다 준다.

GE IBM 마이크로소프트 모토로라 등 다른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스피드 경영은 단지 원가를 절감하거나 효율성을 높이자는 차원의 개념이
아니다.

급변하는 21세기의 경영환경에서 전략적 우위를 가질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 바로 스피드 경영이다.

< 정리=노혜령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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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저 네이겔소장 프로필 >>>

로저 네이글 아이아코카 연구소장은 스피드 경영의 창시자로 통한다.

지난 91년 미국 의회의 요청으로 미국기업의 21세기 경쟁력 제고에 관한
모델을 개발했으며 그때 나온게 스피드경영의 모체인 "21세기 제조업 전략"
보고서였다.

네이글 소장은 이듬해 산업계, 학계, 노조, 정부기관 등 민관합동으로
창설된 스피드 제조업 포럼(AMEF)의 회장을 맡으면서 미국 기업 경쟁력
회복을 주도해 왔다.

은행,보험회사 등 미국의 서비스업체와 유럽,아시아등 전세계 2백여개
기업들에 스피드 경영과 혁신프로그램을 지도했다.

저서로는 21세기 제조업전략보고서, 가상조직경쟁을 위한 협력 등이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