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 애는 그 남자를 육체적으로만 만났는데 그 남자는 노동자
계급이래. 그런데 남편보다 섹스가 훨씬 굉장하대. 그러나 그것 뿐이래.
그 이상의 대화나 정서는 전혀 안 통한다는 거야. 그래서 자기는 남편을
진정 사랑하지만 섹스만은 다른 남자와 하고 있대. 그 남자는 총각인데
그 애와 아주 기막힌 러브메이킹을 하고는 수박을 한통 사서 두쪽으로
갈라 숟가락으로 파먹은 후에 배가 개구리같이 되어 밖으로 나오면 그
남자의 초라한 알미늄 콘세트위로 달빛이 쏟아진대. 너무 시적이지?
그 남자는 러브메이킹을 한시간이 넘도록 만끽하고 나서 자기는 40이 되면
섹스를 아주 잘 하는 여자와 결혼할 거라고 큰소리를 친대. 그 가난한
남자의 직업이 무엇인지 아니? 트럭 운전수래. 그것도 레미콘 운전수"

"정말 재미있는 소식이다.

근육이 울퉁불퉁 나온 남자들이 웃통을 벗어제끼고 큰 트럭을 몰고
있는걸 보면 사실 야성적인 매력이 있지 않니?"

영신도 신바람이 나서 떠들었다.

그런데 자기는 정말 그 트럭 운전수보다 훨씬 훌륭한 스포츠맨을 가지고
있다.

그에게 빠져서 정신없는 세월을 일년 넘게 보내고 있다.

육체의 매력을 아는 모든 여자들이 근육질인 남자들에게 그렇게 야릇한
매력을 느끼는건 어떻게 보면 남성들의 여성화 내지 중성화에서 온 하나의
반작용은 아닐까? 정서가 먼저냐? 섹스가 먼저냐? 영신은 생각한다.

자기와 정서가 통하고 대화가 통하고 지성적으로 조화되는 윤효상을
버리고 관능미의 소유자인 지영웅을 택한건 아마 자기만의 이상한 경험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런 사고를 부도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대화를 시대적 유행감정
아니면 사고의 타락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영신은 상냥하게 웃으면서,
"너는 가끔 정말 신선한 소문을 알려주어서 고마워. 네가 아니면 누가 그런
정보를 주겠어. 정말 고맙다"

그녀는 언제나 겸손하다.

그러나 이 친구에게는 그것이 고깝게 들린다.

약을 올려주고 싶다.

"하지만 네 소문을 들려줄까?"

"내 소문이라니? 나에게도 지금 무슨 소문이 있니? 말해줘"

이 친구는 주책이 없다.

빅마우스에다 약간 크레이지다.

"너와 이혼한 그 남자는 조루증이라서 너에게 퇴자맞은 거라며?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15년이면 너무 오래 산거 아니니? 너 불감증
아니니? 어떻게 그런 남자하고 15년이나 사니?"

"사실 그렇게 살았어. 16년이야. 육체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정서가 맞고
말이 통하고 그래야 되지 않을까? 어느 것이라고 말하기 보다 전부 다
중요한 것 같아. 우리는 짐승이 아니잖아?"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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