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정보통신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겠다는 야심만만한 젊은이가 있다.

고구려멀티미디어통신의 계두원(32) 사장.

창업한지 1년만에 정보통신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사업가다.

PC통신의 각종 정보를 인터넷 웹환경으로 실시간 변환시켜주는 프로그램
"웹게이트"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데 이어 최근 KIPS-2001이라는 "전화대
전화방식"(Phone to Phone)의 인터넷폰 서비스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아날로그 신호를 16배로 압축, 현재의 교환기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보다 많은 포트를 사용할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이다.

인터넷폰을 개발한 회사는 많지만 폰투폰 서비스사업을 위한 교환기
시스템 전용회선, 그리고 국내전화를 받아줄 외국 사업자까지 갖춘 곳은
이곳뿐이다.

계사장은 서울대 미학과 출신으로 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

일찍이 하이텔의 전신인 "KETEL"을 사용할 정도로 정보통신과 친숙했다.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된것은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발간한 조지 길더의
"마이크로코즘(Microcosm)"이란 책 한권.

"실리콘이 지배하는 시대"를 예견하고 당시 인기가 좋다는 경제연구소
증권사를 마다하고 컴퓨터 전자통신업체만 찾아다녔다.

한국PC통신에 입사해 5년동안 근무하며 국내 최초로 멀티미디어 데이터
베이스를 개발하기도 한 전도유망한 젊은이었다.

하지만 그의 야망에는 끝이 없었다.

현재의 위치에 머물러 안주하는 것을 "젊음"이 결코 용서하지 않았던 것.

"나름대로 비전을 갖고 있었지만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에서 제뜻을 펼치기
힘들다고 판단해 과감히 회사를 뛰쳐나왔습니다"

그때가 96년 7월.

부서 사업팀장이었던 그가 회사를 떠나자 팀원 전체가 그와 뜻을 같이 했다.

기술력에서 만큼은 최고를 자부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었다.

문제는 돈.

뛰어난 기술과 사업 아이템이 있었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자금력이 없다는
점이 팀원까지 책임져야 하는 그의 어깨를 짓눌러왔다.

결국 자금을 구하기 위해 15페이지 분량의 사업계획서를 들고 20여개
기업체를 방문했다.

문전박대 당하기를 수차례.

하늘이 도왔는지 대원화성 신원산업 로얄B&B 도서출판 디딤돌 등 4개사가
계두원 한사람만 믿고 20여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흔쾌히 투자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과연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나왔을까"하고 웃음짓곤
합니다.

그런 경험이 저를 강하게 만든 원동력이 됐죠"

이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은 젊은 두뇌.

멀티미디어 분야에서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인지 계사장은 늘 자신감이 넘쳐난다.

회사이름 "고구려"는 그 자신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토를 넓게 확장한 고구려의 진취성보다는 여러부족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문화적 다원주의를 이해했던 고구려정신을 본받자는 뜻에서
지었습니다"

하지만 영토확장의 의미 역시 담고 있다.

본사창업과 함께 미국지사를 개설한 것은 세계를 공략하겠다는 선전포고의
상징.

이제 폰투폰 사업의 파트너였던 미국의 WDC사를 인수, 미국시장에 발을
내딛는다.

앞으로 글로벌 컨소시엄을 구성, 전세계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폰투폰서비스외에 CTI(Computer Telephony Integration), 멀티미디어 컨텐츠
개발, 멀티미디어 광고사업도 진행중이다.

"흔히 기술만이 벤처인양 생각하기 쉬운데 벤처는 문화입니다.

조직의 마인드, 리더의 가치관 등 벤처정신이 결국 기업의 흥망을
좌우합니다"

창업당시의 벤처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 늘 노력한다는 계사장.

인터넷폰 사업설명회후 전국에서 걸려오는 수십통의 전화로 요사이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앞으로 무선 데이터통신사업과 위성사업에 진출할 포부도 갖고 있다.

21세기 정보통신분야의 광개토대왕을 꿈꾸는 그의 발걸음은 이미 세계로
향해 있었다.

< 글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