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외환위기는 위험관리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한번의 판단실수가 회사에 가져다줄 막대한 피해를 막기위해 오늘도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외환관련 업무를 파악하고 그 대책을 세우느라 각
업체의 국제금융팀 직원들은 오늘도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LG건설 국제금융팀"

이 회사에서 현재의 외환위기를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팀.

이 팀이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업무는 달러를 가장 싼 이자로 장기간 빌려
사업에 투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잇따른 대기업의 부도와 이에따른 국가신용도 하락, 동남아
금융시장의 불안정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싼 이자에 빌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차입조차 어려운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팀구성원 개개인의 자질이다.

세계경제를 바로보는 정확한 시야와 분석력, 그리고 시시각각 변동하는
상황을 따라잡는 센스 등.

영어실력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모두 6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팀장을 제외하고 모두 20대후반~30대초반이다

업무자체의 성격이 이 젊은이들의 분석력과 판단력 그리고 이들을 뒷받침
하기 위한 개개인의 끊임없는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하나의 조건은 체력이다.

외국 금융기관들의 업무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가끔은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하고 요즘은 이런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LG건설 국제금융팀의 현안은 웨일즈 반도체공장 신축공사와 베트남 하이퐁
에 외국인 주택단지건설, 베이징 LG사옥건축관련 파이낸싱업무 등이다.

요즘은 원화가치 하락으로 이들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차손을 줄이는
것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위기상황에서 국제금융전문가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

지금은 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이들의 역할은 크지 않지만 향후 팀
역량의 성장이 회사전체의 국제시장에서 성장을 견인하는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업종이건간에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유자재로 자금을 끌어다
쓰고 그 자금을 움직이는 파이낸싱 능력이 있는 회사만이 국제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같은 위기상황을 직접 경험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다양한 상품과 이를 조달하기 위한 방법, 타이밍 등에 관한
것을 기업과 국익의 축소라는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배우고 있는 것이다.

< 김용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