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초부터 하강하기 시작한 우리 경제의 경기는 금년에도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우리 경제의 경기순환이 약 18개월 주기로 하강기가
계속되었으므로 금년 6월께에는 회복이 시작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의 대기업 부도사태와 주가폭락 및 환율 급상승은 경제의
어려움만을 가중시켰고, 급기야는 내년도 우리 경제가 3%대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이 외국 연구기관에서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예측은 처음에는 홍콩의 연구기관이 발표하더니 이번에는 미국의
연구기관들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98년과 99년 연속해서 3%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내년에 3%대에 그칠 경우 이는 지난
30년간 경제발전 과정에서 최저 성장률을 기록하는 셈이다.

따라서 이런 현상은 우리 기업들이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현상으로
서 슬기롭게 대처하는 노력과 전략이 필요하겠다.

특히 이제까지 고속성장에 익숙하여 무리를 해서라도 시설을 확장하고,
차입을 해서라도 사업다각화를 기꺼이 추진하던 우리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대대적인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들의 예측대로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경우 기업들은 제일
먼저 극심한 영업부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즉 과거에 그렇게 잘 팔리던 상품이 팔리지 않고, 매출이 부진함에 따라
영업파트에 인력배치를 증강하고, 영업예산을 더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게 될
것이다.

또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가격 인하와 덤핑도 자행될 것이다.

이러한 대책들은 결국 영업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고 결국 경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3%대 성장에 그칠 경우 우리 기업들의 경영전략은
과거와는 다르게 수립되어야 하겠다.

첫째는 이제까지 우리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목표가 시장에서
1등한다는 전략이었다면 앞으로의 저성장기 동안에는 단순히 시장에서
1등하는 전략보다는 업계에서 수익성으로 1등하는 전략을 취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앞으로 예견되는 저성장기 동안의 생존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미래의 성장을 위한 전략도 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수익성에서 1등 가는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라도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통한 감량경영도 필요하고 인력구조의 개선도
필요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경기 하강기에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처분하고 감원을 단행
하는 등의 노력은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전략으로 우리 경제에서도 성장률
이 3%대에 그치는 경우 저절로 채택될 전략이기도 하다.

둘째는 국내 경제가 부진한 경우 기업의 탈출구를 해외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겠다.

이러한 전략을 취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일본 기업들이다.

일본 기업들은 지난 5년동안 국내 경기가 부진함에 따라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급성장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나 미국 유럽 등으로의 시장개척을
가속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경기는 부진하지만 무역수지면에서 엄청난 흑자를 내면서
경제를 유지시키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국내경기의 어려움에 직면하여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 전략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요사이 많이 논의되고 있는 "세계 경영"이라는 목표는 자연히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내 경기의 부진을 세계 경영의 계기로 삼음으로써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겠다.

셋째로 3%대의 경제성장 하에서도 성장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전문화 전략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기업이 자기 분야에서 경쟁자가 가지지 못한 핵심역량을 가지고
전문화되어 있는 경우 경제 여건에 관계없이 성장의 가도를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의 저성장이 업계의 경쟁을 가중시키는 경우 전문분야에서의
독보적인 핵심역량은 남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우리 경제가 내년에 3%대의 성장에 그친다는 것은 극히 비관적인 예측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의 일련의 사태는 내년을 낙관적으로 보기보다는
비관적인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외국 연구기관의 예측과 같이 경제성장률이 3%대에 머무를
경우 기업경영에 많은 변화와 새로운 전략이 요구된다.

3%의 성장만 되는 경우 총체적 위기 상황이라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준비하고 대책을 마련해 두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