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아침 공기가 참으로 상쾌하다.

창문 너머로 늦가을의 남산을 보면 자연은 있는 그대로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빨갛게 물든 단풍은 더 가꾸지 않아도 아름답고, 지저귀는 새소리는
다듬지 않아도 예쁘다.

그런데 유독 사람만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기가 쉽지 않은 것같다.

아마도 창조주는 인간에게 그대로의 아름다움 대신, 느낄 수 있는 마음과
생각하고 창조할 수 있는 머리를 주심으로써 스스로 가꾸고 노력해야만
아름다움을 지닐 수 있도록 만드신 것같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

사람의 아름다움이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꽃은 보이지 않는 뿌리에서 생겨난다.

좋은 생각과 고운 마음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만드는 비결일 것이다.

얼마전 건강식단이라는 것을 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육신을 위해서는 하루세번 식사를 꼬박꼬박 챙기면서 마음과 정신을 위한
자양분 섭취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만들어가는 과정보다 완성된 무엇에 더 관심을 갖는다.

그렇지만 노력없이 결과만을 바랄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뿌리를 가꾸기 위한 노력은 쉽지 않다.

오랜 세월을 열심히 살아온 흔적들이 자연스레 배어 나오는 그 사람만의
분위기와 인상이야말로 지나온 삶을 한 눈에 보여주는 증명사진과 같다.

우리는 무엇이든 쉽게 얻은 것보다는 어렵게 이룬 것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그만큼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기에 더 소중하고 귀한지
모르겠다.

그래서 자신의 삶의 길에서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조용히
가꾸어온 고객에게 정성껏 옷을 지어주고 나면 마치 진짜 날개를 달아준
것처럼 뿌듯하고 기쁘기 그지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