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상 < 대한무역진흥공사 사장 >

요즘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 언론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과거 대학생시위에
대한 과장보도가 우리 국가 이미지에 미쳤던 왜곡된 파급효과의 기억을 다시
상기시키는 것같아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최근 일부 외국 언론사들은 한국경제에 대해 실제보다 과장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를 서슴지 않고 있어 여간 안타깝지가 않다.

과연 한국경제는 이들의 보도대로 위기에 빠진 것인가.

우선 경제성장률부터 보자.

대다수 국내외 경제연구소들이 올해 6.5%, 내년도 6%의 성장을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OECD 경제정책위원회는 최근 내년도 우리 경제성장률을 지난
4월 전망치인 6%보다 오히려 0.5%포인트 상향 조정한 6.5%로 전망했다.

이 전망치는 10년만의 기록적인 호황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 4.2%를 크게 상회하고 있을뿐 아니라 지금 외환위기를 맞고 있는
동남아 각국의 내년도 예상 성장률보다 2배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6%대를 유지한다면
이를 경제위기로 표현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GDP의 4분의1을 상회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가장 정확히
알려준다고 할 수 있는 수출은 어떤가.

우선 10월중 수출은 1백26억달러로 월간 금액으로는 무역사상 최대규모를
시현했다.

올해 우리 수출은 지난 4월 마이너스 증가에서 탈피한 이래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그간 부진했던 선진국시장 수출이 살아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무역외수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해외건설 또한 중흥기를 맞고
있다.

11월중순까지 해외건설 수주 금액은 1백10억달러에 달하고 있고 곧 계약이
성사될 대기 물량도 많아 올해 연간 수주액이 1백40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
수준이 달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요즘의 해외건설은 과거와는 달리 저임금 노동력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일본 유럽 등 선진 건설업체들과 기술 및 시공능력 경쟁을 통해 수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높은 외화가득률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의 직접투자 증가는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의 표시라는 점에서
더욱 반가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9월말현재 외국인의 대한국 직접투자액은 55억달러에 달해 지난해
연간 실적 32억달러를 크게 웃돌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단기차익을 노리는 포트폴리오 투자와는 달리 그나라
경제의 기초요소(펀더멘털)에 대한 확신이 없는 한 결정하기 어려운 경제
행위로서 피상적으로 보는 외국 언론과는 다른 차원에서 신중한 판단하에
이루어진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일부 기업의 부실채무가 지나치게 부각됨으로써
외국 금융기관들이 우리 경제를 실제보다 과도히 우려한 나머지 자금대출을
주저하여 외환사정이 일시적으로 악화되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필자가 만난 해외 경제인들은 과거 같았으면 한국의 상황이 어떠냐고
묻는데, 지금은 언제쯤 지금의 상황이 호전될 것이냐고 묻고 있어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신뢰가 근본적으로 확고함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외채상환능력을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총외채/GDP 비율은 현재 2
4%로 개도국전체 평균(38%)이나 세계은행 경채무국 기준(48%)을 크게 하회
하고 있을뿐 아니라 동남아나 94년 멕시코의 경우와 비교하여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또한 원리금상환/경상외환수입액 비율(DSR)도 6.7%로 94년 멕시코의 34%나
현재 개도국 평균 16%와 비교한다면 외국언론의 보도는 지나친 기우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비용-저효율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거나 부즈알랜의 한국
경제에 대한 뼈아픈 지적을 외면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 경제는 분명 구조조정의 전환기적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사실
이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지금의 고통은 우리 경제가 환골탈태하기 위한
좋은 계기가 될 것이고 또 그러한 징후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선 그동안의 덩치키우기 신화에서 깨어난 기업들의 뼈아픈 자구노력과
구조조정, 그리고 직장의 소중함과 직업의 보람을 깨닫고 생산성을 향상시키
려는 근로자들의 의식변화가 그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해외 시장에서 당장 감지되고 있다.

얼마전 개최되었던 도쿄부품전과 시카고 기계류전시회에 출품된 한국산
제품에 대해 현지 바이어들은 품질이 전반적으로 크게 향상되었고 일부
품목은 일본산과 거의 대등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20~30% 저렴하여
앞으로 대한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바있다.

우리 경제가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금융개혁과 노동시장의 개혁을 당장 이루어야 할 양대
과제로 제시한 미 샌디에이고 대학의 한국전문가 크라우스 교수의 충고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는 왜곡 과장되고 있는 불안심리와 그로
인한 퇴영적 자조의식을 떨쳐버리고 우리 모두가 한국경제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제3의 도약을 위해 다시 뛰는 일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