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TV탤런트이자 여의도 (주)신정이란 대중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는
김종결(53)씨에게는 요즘 새로운 일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친절과 서비스에 대한 강연에 나선 것이다.

오랜 세월 해왔던 연기생활과 음식점 경영을 통해서 몸에 밴 친절과
고객만족 경영의 비법을 이제는 널리 전파해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됐다.

주식회사 형태의 음식점도 생소하지만 그의 식당은 식사시간이면
늘 손님으로 꽉찬다.

명색이 대표이사 사장인 그가 몸소 음식을 나르는 것은 물론이며 고객이
들고 날때마다 깍듯한 인사를 빼놓지 않는다.

연기자 경영자에 이어 연사의 타이틀마저 얻게 된 김씨를 만나 친절서비스
경영의 비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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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 사람 = 정태웅 증권부기자 ]]

-최근 대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친절과 고객만족경영에 대한 강연을
하신다는데.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경제관련 코너에 나가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단골 고객인 현대증권 직원들이 감명깊게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뒤 강연을 요청해왔고 처음에는 거절하다가 단골손님의 요청이라 마지못해
응했지요.

꾸며서 말하기보다는 살아온 얘기를 진솔하게 표현하자고 마음먹고 얘기를
해나갔죠.

덕분에 매스컴도 타게 되고 이쪽 저쪽으로도 소문이 나면서 강연요청이
쇄도하더군요"

-내용은 주로 어떤 얘기들입니까.

"탤런트 시절 경험과 사업하면서 힘들었던 기억들을 두서없이 얘기했지요.

특히 회사분들을 상대하다보니 장사하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들을 주로
얘기하게 되더군요.

사실 음식장사 하는 사람이 특별한 이론이 있겠습니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고객을 모시고 최고급 품질과 풍부한 서비스 제공으로
박리다매를 실천하겠다는 것이지요.

친절은 빼놓을수 없는 기본이고"

-탤런트활동을 하면서 음식점을 경영하시게 된 동기는.

"사실 탤런트라는 직업은 불안정합니다.

일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못하고 그런 것이죠.

배우로서 "연화"라는 드라마로 주가가 오르기도 했고 최초로 롯데칠성
사이다 CF에 나올 정도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명색이 배우라고 돈이 꽤 들더라구요.

마침 결혼도 하고 나니까 뭔가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에는
도자기가게를 냈으나 별로 재미를 못봐 음식점으로 전향했습니다"

-음식점사업 하시면서 괴로웠던 적은 없었는지요.

"여의도에서 처음 시작한 음식점도 이름이 "신정"이었는데 당시로서는
색다른 메뉴인 로스구이를 등장시켰습니다.

특색있는 메뉴인데다 질높은 음식들로만 대접해서인지 잘 팔리더군요.

돈 버는 재미에 빠져 한동안 토속음식점 다방 만두집 오락실 등 5개의
점포를 거느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가게 숫자가 늘어나니까 관리하기도 어렵고 "신정"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수입도 변변치 않아 주력이라 할수 있는 "신정"마저 흔들리더군요.

빚을 지면서까지 가게를 여러개 거느려봐야 수입이 느는게 아니라는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마침 방송일도 바쁘고 해서 모두 팔았고, 조금 지나서 용산 전자상가에서
햄버거가게를 크게 열었습니다.

1년정도 파리만 날리다가 좀 될만했는데 갑자기 불이 났어요.

한 10억원짜리는 족히 될만한 가게였는데 겨우 몇푼 건져서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음식점을 하신 것이군요.

"웬걸요.

20년넘게 쌓아온게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니 기가 막히더군요.

불이 나서 망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돈도 안 빌려주더군요.

한동안 실의에 빠져 있었는데 그래도 주변의 도움이 있어 재기하기로 했죠.

전에 "신정"에서 함께 일했던 주방장이 교통사고로 받은 보상금 2천만원을
저에게 주면서 쓰라고 합디다.

덕분에 지금 자리에 새로운 "신정"을 열었습니다"

-음식점을 주식회사로 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특색있는 음식과 최고의 품질로 호황을 누리니까 주변에 비슷한 음식점이
여럿 생기더군요.

그래도 손님을 안뺏기니까 투서가 나돌기 시작했고, 악성루머까지 귀에
들리더군요.

4년동안 세무조사를 두번이나 받았는데 아예 법인으로 만들었습니다.

투명한 가게운영으로 번 만큼 세금내자는 거지요.

주식회사가 되니까 같이 일하는 분들도 좋아하더군요.

연금과 의료보험혜택도 (주)신정에서 제공하게 되구요.

종업원이 아니라 직원입니다.

그래서인지 일하는 분들중에는 중간에 그만 두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사실 지금 하는 일이 손이 많이 갑니다.

친절도 항상 강조하고 있는데 직원들 호응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친절과 서비스가 음식점사업의 성공비결이란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사실 한번의 실패후에 다시 시작한 것이어서인지 절박한 심정으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하고 다른 곳과 달리 음식량을 정직하게 내놓습니다.

서비스로 내놓는 음식들도 원하시는대로 갖다드립니다.

이익위주로 손님을 대하는게 아니라 정말 손님위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고기를 드시고 공기밥을 하나 추가시키시면 된장찌개에 비빔밥
재료도 그냥 드립니다.

다른 곳에서는 된장찌개도 따로 돈을 받는데 사실 원가가 얼마 안되거든요.

대부분의 고객들은 계산할때 값이 싼데 놀라더군요.

다른데보다 음식값이 3분의 1정도 적게 나왔다는 거지요"

-이런 내용의 강연이라 감동을 주나본데요.

앞으로도 계속 강연을 나가실 계획입니까.

"레퍼터리가 하나뿐인데 강연을 나가다보니까 앞으로 많이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디다.

하다 보니 거짓말도 섞을 것 같구요.

하도 거절하니까 강연을 부탁하던 회사에서는 저희 음식점에 단체로 찾아와
회식을 하면서까지 요청하시더라구요.

마지못해 응하기는 했지만 정말 고객들이 원하셔서 어쩔수 없이 나가는게
아니면 가급적 자제할 생각입니다.

배우활동에 대한 애착이 강한만큼 인기에 연연않고 철학이 담긴 연기활동을
계속 해나갈 계획입니다"

드라마촬영을 위해 일산에 가야 한다는 그는 "음식점이 실질적인 주업이
되고 말았지만 아직도 정신적인 주업은 탤런트"라고 말했다.

연세대 수학과 출신으로 연희극예술연구회에서 활동했던 그에게서 연기에
대한 애정을 엿볼수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