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부가가치 산업과 정밀측정기술 ]

윤진 < 측정기기교정협회 부회장 >

우리나라 산업은 제품의 가격면에서 개도국의 도전을 받고 품질면에는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어려운 국제경쟁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통한 고부가가치 기술집약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는 세계 최고 품질수준을 보장하는 고부가가치 품목을 중심으로 상품을
생산해야 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제품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업생산기술의 혁신이 요구되며
산업기술의 기반이 되는 정밀측정기술의 고도.선진화의 선행이 절대로 필요
하다.

21세기를 주도할 정보통신, 반도체, 생명공학, 신소재, 신에너지, 우주항공,
의료환경 등 고부가가치 산업분야에서의 국제경쟁력은 측정기술수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제품의 가공오차는 초정밀화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이에 요구되는 측정의 정확도수준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내 정밀측정기술의 발전동향을 보면 산업의 첨단화가 급속히
진전될수록 그 기술기반인 측정기술이 생산기술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수 있다.

국내 반도체제조공장에서 최초로 개발된 계측설비 교정용 표준기준물(CRM)은
고부가가치 첨단산업과 정밀측정기술의 함수관계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박막측정분야에서는 10~1천nm(1nm는 10억분의 1m) 대역의 절대표준확립 및
CRM개발로 정밀정확도 수준이 기존의 1.1nm에서 0.5nm로 향상되어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과 0.01%이내로 일치되는 등 세계 최고수준을 달성하게
되었다.

면저항측정분야에서도 정밀정확도 수준이 0.4%에서 0.1%로 향상돼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이같은 초정밀 측정기술은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이 국제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기반을 마련했던 것이다.

측정기술은 이처럼 선진산업경제권의 경제적 성공의 중대한 요소로 평가
되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경제권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측정 및 측정
연관효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모든 산업제품의 품질과 상업적인 성공은 정밀측정을 기반으로 하는
정밀제조와 연결된다.

80년대 일본의 자동차가 미국에서 잘팔렸던 요인중 하나는 문이 열리는
유연성과 연관되어 있다.

일본자동차의 문을 연는데는 미국자동차의 문을 여는데 요구되는 힘의
3분의 1만이 필요한데 이는 문과 문조립품 간격의 허용오차가 일본자동차는
1mm, 미국자동차는 2mm였다고 한다.

문열기의 유연성은 곧 자동차전체의 품질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이는 제조상의 정밀도와 직결된 것이다.

레이저와 광섬유를 이용하는 전자.광학산업,대규모 집적회로제조와 비디오
디스크생산 등에서 요구하는 측정의 정밀도수준은 이보다 더할수 밖에 없다.

현대의 측정기술은 모든 첨단산업기술을 떠받치는 기반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각국은 산업경제활동과 보건 의료 환경 안전 등과 연관된 부분
을 포함해 계량.측정제도를 확립하고 국가측정표준에 의한 교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연간 2억달러를 측정표준 및 교정서비스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형 산업구조로의 조정이 불가피하며 이에따라 산업측정
기술능력을 선진화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국가간 무역상 기술장벽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교정시험결과를 국가간 상호
인정하는 추세로 볼 때 우리나라도 측정기술수준의 국제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국제법정계량기구(OIML), 국제도량형국(BIPM), 국제교정시험기관
공인협력기구(ILAC) 등 관련국제기구의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국내
정밀측정기술의 선진화를 도모해야 한다.

이와함께 21세기 반도체산업의 경쟁력확보를 위해 나노과학기술시대의
흐름에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

초소형 고집적 반도체제조기술은 우리 반도체산업이 세계 최고의 정상권에
올라서기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할 초정밀 측정기술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정밀측정기술의 선진화는 G7 수준의 고도산업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지상과제이므로 전산업에 정밀측정기술 경영마인드를
조성하고 산업의 측정기술수준을 하루속히 선진국수준으로 끌어올려 수출
상품의 고정밀.고부가가치화를 도모함으로써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의 획기적
인 향상을 꾀해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