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당초 올해 채용 규모를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묶는다는
원칙이었다.

경기도 좋지 않아 인력을 줄이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실무진에서는 오히려 채용 규모를 줄이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실무진들의 논의는 사장단회의에 참석한 정몽구회장의
한마디로 완전히 뒤집혔다.

"이럴 때일수록 유능한 인재를 선발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정회장의 이런 경영 스타일은 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스타일을 꼭 빼닮았다.

현대정공을 맡아 경영하면서 컨테이너 공장이 완공되기도 전에 컨테이너
주문을 받아내는등 정회장의 경영수완은 조선소를 건설하기 전에 선박수주
부터 받아낸 정명예회장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미래를 준비해나가는 마인드가 누구보다 강하다.

그룹의 숙원사업인 제철사업 진출에 노력하고 있는 것도 그룹의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위한 것이다.

정회장의 경영스타일은 주변에 사람을 두면 끝까지 믿고 맡기는 보스형이다.

하지만 독단적인 상의하달식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책임이 따르는 자유경영방침에 따라 각 계열사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한다.

그가 내세우는 경영모토는 "깨끗한 경영".

경영실태를 외부에 모두 드러내놓겠다는 것이다.

그의 경영모토는 취임직후부터 곧 현실로 나타났다.

첫번째가 사외이사제도.

재계 처음으로 도입한 이 제도는 대주주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이사진에
참여시켜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는 제도다.

두번째는 IR강화.경영실태를 주주들에게 일일이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작업을 통해 현대그룹의 주주들은 다른 기업의 주주들에 비해 보다
경영일선에 가까이 접근해 있다.

정회장은 또 기술을 중시한다.

첨단핵심기술의 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사업의 육성이야말로 21세기
무한경쟁시대를 주도해 나갈 요체라는 생각은 "현대기술상" "벤처기술상"
등의 제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