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그룹의 내년 설비투자가 줄어들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이 조사한 30대그룹시설투자계획에 따르면 내년 시설투자규모는
투가가 부진했던 올해 추정실적보다 1.4%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투자감소는 전년보다 10.2% 줄었던 92년이후 처음이다.

이 조사에는 기아 한보 등 부도그룹이 제외된 대신 새로 30대그룹으로
편입된 그룹이 포함됐다.

부도그룹을 포함했을 경우 시설투자 감소율이 훨씬 컸을 것이라는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또한 이번조사가 환율이 1달러당 9백30~9백70원이었던 10월중순에서
11월초사이에 실시된 것이어서 실제로 내년투자는 조사결과보다 더욱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기업의 내년 투자규모는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예상됐지만
투자축소계획은 충격적이다.

그동안 경제연구기관들은 지난 3.4분기에 경기가 저점을 지나거나
올연말전에는 바닥을 칠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기업 특히 대기업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어있고 실제투자실적이
줄어든다면 경기회복은 그만큼 더뎌지고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은 잠식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불황과 경제위기를 벗어나는 길은 생산적이고 활력있는
기업활동에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활동을 맡아야할 기업이 움츠러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경제가 더욱 걱정되는 것이다.

기업의 투자심리가 움츠러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금조달의
어려움이다.

금융기관의 대출이 어려운데다 외환조달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어
투자계획을 세울수가 없다는 것이다.

채산성악화와 투자수익률저하로 투자를 늘일 유인 이 적어졌다는 점과
내년도 정부의 경제운용방향이 어떻게 될것인지 짐작하기 어렵다는 점도
투자심리위축요인이라는 것이다.

30대그룹은 고비용 저효율구조와 행정규제 내수부진 등으로 국내투자는
축소하고 그대신 해외투자는 상대적으로 늘일 계획이어서 산업공동화는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사회는 일자리때문에 사회가 불안하다.

불황의 장기화는 대량실업사태를 빚고 있고 재계는 내년에도 인력조정을
가속화할 방침을 갖고 있다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3.4분기 고용동향에서도 나타났지만 실업률 뿐만 아니라
고용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경기불황의 지속과 고비용.저효율구조의 경제는 무역적자와 실업증가로
나타나는건 당연하다.

현재의 경기침체도 근본적으로 경제체질약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풀릴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급한것은 경제체질과 경쟁력 강화다.

기업의 투자증대는 바로 이를 가능케하는 열쇠다.

기업이 발 벗고 나서서 뛰어야 한다.

기업이 생산적 투자와 기술개발에 주력하지 않는한 경기회복, 고용증가,
경쟁력강화는 불가능하다.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바로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다.

최대의 복지정책은 일할능력이 있고 일하고 있는 사람에서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기업이 경제위기를 푸는 열쇠다.

기업이 움츠려 있는데 경제위기를 벗어나는 방안을 어디서 찾을수 있을
것인가.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