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와 한국금융학회는 12일 서울 대한상의 중회의실에서 "금융.외환
시장의 안정화:진단과 대책"이라는 주제를 갖고 추계 트특별 심포지엄을
가졌다.

이날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최근 세계 금융시장의 동조화가 급진전됨에
따라 신용위기 발생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에 대한 대응방안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정리=정한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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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위기의 시사점 ]]

김선배 < 골드만삭스사 이사 >

정부개입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적으로 원화환율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최근들어 수출증가 경상적자 축소 등 일부지표가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차입경제구조, 금융시스템의 취약성 등 경제기반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훨씬
크기 때문에 개선효과가 미미하다.

단기적으로 볼 때는 환시장의 심리가 한국경제를 좌우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외자가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전체적인 국제수지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경상적자는 줄고 있지만 자본수지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자본유입 급감의 주범은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하락이다.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대기업의 잇단 부도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늘어나 수익성이
악화되리란 우려다.

동남아 외환위기는 부동산 공급과잉에서 비롯된 반면 한국의 경우 글로벌
경제환경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채 수익성 구조의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제조업 탓이 크다.

둘째 한국금융기관은 그동안 브래디본드, 동남아 관련채권 등 리스크가 큰
고금리 금융상품에 지나친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이들 채권이 최근 급락하면서 손해를 보고 있다.

셋째 96년말 현재 한국 금융기관의 해외부채가 한국의 총외채(1천50억달러)
중 절반을 훨씬 넘는 6백억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는 7백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대부분이 단기부채여서 곧 상환일정이 다가오지만 한국금융기관들의
신용도가 악화되고 있어 롤오버(기존 채권의 수익으로 재투자하는 단기갱신
투자)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추가 차입은 더더욱 어려운 현실이다.

원화가치 하락으로 이런 상황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가 바닥났다는 점이다.

한국정부에서는 수출증가와 경상적자축소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는 신용도 회복과 자본유입의 회복으로 이어지리란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한국은행은 금융기관의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전략은 실망스런 결과만 낳았다.

금융위기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기아문제 해결에서도 국영기업화로 결정함에
따라 정부의 도덕성 논란을 불식시키지 못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