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최종 예선이 끝났다.

예선 시작전 다소 불안해하던 우리 국민의 걱정을 말끔히 씻어주고 유종의
미를 장식하면서 여유있게 프랑스행 티켓을 타낸 것이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뛴 선수단과 극성스러울 정도의 응원단에게 많은
칭찬이 쏟아졌다.

차범근 감독에 대한 찬사 또한 여느때와 달랐다.

어떤 방송사에서는 차감독의 생활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방영할 정도였다.

차범근감독 하면 먼저 그의 화려한 선수생활을 떠올리게 된다.

국내는 물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독일 스포츠 전문지는 그를 가리켜 독일 축구계에서 활약한 "가장 빼어난
외국인선수"라고 평한적이 있다.

그런 그가 지도자로 거듭나기 위해 준비한 것은 노트북 컴퓨터였다.

5년전 39세의 나이에 컴퓨터와 만났다는 점이 참으로 놀랍다.

그의 컴퓨터에는 훈련 프로그램은 물론 국내외 5백여 선수에 대한 자료가
빼곡히 기록돼 있다고 한다.

우리팀의 장단점은 물론 상대팀에 대한 자료까지 컴퓨터로 관리하고 있으니
철저히 지피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거기에다 전술을 설명하기 위한 그래픽도 스스로 정리할 정도의 수준이라니
차감독의 컴퓨터 실력이 가히 짐작된다.

차감독은 이번 월드컵 예선과정을 통해 우리 국민에게 많은 것을 안겨줬다.

무엇보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점에 축구를 통해 하나로 뭉쳐 자신감을
심어준 것은 아무리 칭찬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다.

거기에다 스포츠 분야에서 컴퓨터의 위력을 입증해 보임으로써 정보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데도 큰 몫을 해냈다.

컴퓨터는 사용자의 나이를 묻는 법이 없다.

마흔이 다 돼서 시작한 컴퓨터를 가지고 차감독은 뜻을 이뤄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의 컴퓨터에는 이미 월드컵 본선에서의 16강 해법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3일자).